월드컵 축구 대 포르투갈전을 보고

수필 세상에 이런 일이

by 수필가 고병균

카타르 월드컵 축구 대 포르투갈전을 관전했다. 2022년 11월 20일에 개막된 월드컵 축구대회 본선 진출 팀은 지역 예선을 통과한 32개 팀이다. 이들 팀은 8개 그룹으로 편성하여 리그전 방식으로 예선 경기를 치른다. 그 결과 각 그룹의 상위 2개 팀이 16강에 진출하며, 이후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우리나라는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와 함께 H그룹에 속해 있다. 이들 팀이 2번의 경기를 마친 현재 포르투갈은 2승으로 승점 6점, 16강 진출이 확정되었다. 우리나라는 대 우루과이전에서 0:0으로 비기고, 대 가나전에서 2:3으로 졌다. 이로써 가나는 1승 1패로 승점 3점, 우루과이는 우리나라와 같이 1무 1패로 승점 1점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자력으로 16강에 진출할 수 없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은 있다. 우리나라가 포르투갈을 이기고, 우루과이가 가나를 이기면, 우리나라와 우루과이는 승점 4점으로 같다. 이 상황에서 골 득실차로 16강 진출을 가리는데, 우루과이가 3점 차 이상으로 이기지 않으면 우리가 16강에 진출한다. 실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대 포르투갈전의 후반전도 거의 끝나간다. 점수는 1:1, 이대로 끝나면 우리 팀은 예선 전적 2무 1패로 꼴찌가 된다. 그때 추가 시간 6분이 주어졌다.

눈 깜짝할 새 2분이 지나갔다. 그때 천금 같은 기회가 왔다. 손흥민 선수에게 공이 연결된 것이다. 누가 공을 연결해 주었는지 모르지만 절묘한 순간이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손흥민 선수는 상대 수비수 3명 혹은 4명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들은 손흥민 선수에게 공이 오는 것을 차단하였으며 어쩌다가 공이 오더라도 적극적으로 견제했다. 그런 상황이 상당히 답답했다. 그런데 손흥민 선수가 공이 받은 그 순간, 주변에 상대 선수는 없었다.

우리 선수들은 한 골이 절실하지만, 포르투갈 선수들은 마음이 느슨해진 듯했다. 손흥민 선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경기의 끝을 알라는 주심의 신호가 울리기까지 방심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 소중한 교훈을 일깨워준 사건이다.


손흥민 선수가 공을 몰고 달린다. 대략 60m의 거리를 야생마처럼 달여 상대 골 에어리어 근처에 왔다. 수비 선수가 다급하게 따라붙었다. 앞쪽과 좌우 양쪽으로 3명이다. ‘욕심을 부리면 안 돼!’ 나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옆에 있는 선수에게 공을 연결해 주지 않으면 공을 빼앗긴다. 손흥민 선수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공을 옆으로 보냈다. 거기에 황희찬 선수가 있었다.

TV에서는 이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나는 두 번 세 번 보았다. 다음 날 아침 뉴스에서 또 보았다. 공을 몰던 손흥민 선수가 딱 멈추었을 때, 수비 선수가 바짝 다가왔다. 내 마음이 다급 해자고,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그때 황희찬 선수가 상대 진영으로 파고들었다. 그것을 손흥민 선수가 보았다. 그 시간이 아마 0.1초 정도 되었을 것이다.


손흥민 선수는 침착하게 공을 보냈다. 수비수 3명의 발 사이로 교묘하게 보냈다. 그 공이 황희찬 선수가 처리하기에 알맞은 지점에 왔다. ‘아~’ 나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손흥민 선수의 존재감이 빛을 발하는 기가 막힌 순간이었다.

황희찬 선수도 침착했다. 오른발 안쪽으로 공을 찼다. 그 공은 상대방의 골망을 철렁하고 흔들었다. 황희찬 선수는 웃옷을 벗고 내달리며 환호했다. ‘골인~’ ‘골인~’ 중계석에서 환호했고, 응원석에서 팔짝팔짝 뛰며 환호했다. 광화문 광장에서도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밤잠을 설친 나도 TV 앞에서 환호했다. 대한민국이 환호하는 뜨거운 밤이었다. 이날 우루과이가 가나를 2:0으로 이겼다. 우리는 16강에 진출했다.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이룬 성과이다.


카타르 월드컵 축구 대 포르투갈전은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다. 한편 나는 아쉬움도 느꼈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내국인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축구 감독 중에 훌륭한 성적을 올린 감독이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 축구 대표팀을 4강으로 끌어올린 박종환 감독이 있고, 2022 AFF 아세안축구선수권대회에서 베트남의 박항서 감독, 인도네시아의 신태용 감독, 말레이시아의 김태곤 감독 등도 선전하고 있다. 특히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파파’라고 불리며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대표팀 감독을 내국인에게 맡겼으면 좋겠다. 이들에게 기회를 주면 좋겠다. 2002년 대회에서 히딩크 감독에게 그랬던 것처럼 필요한 것은 지원하되,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부당한 압력을 가하지 않고, 2022년 대회에서 벤투 감독에게 그랬던 것처럼 다그치지 않고 대회를 마치기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 준다면 내국인 감독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유능한 축구 지도자를 많이 양성하게 되고, 축구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2026년 대회에서는 내국인 감독을 보고 싶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국민의 자존심을 앙양(昂揚)하는 그런 감독을 보고 싶다. 그리하여 내국인 감독과 선수 그리고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열광하는 그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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