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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혜 Feb 10. 2023

행복한 시간과 향기로 기억되고 싶다

캔디


사실은 오늘 너와의 만남을 정리하고 싶어

 널 만날 거야 이런 날 이해해

어렵게 맘 정한 거라 네게 말할 거지만

사실 오늘 아침에 그냥 나 생각한 거야 


앗 , 이 익숙한 멜로디와 노랫말.

2011년과 2014년에 태어난 너희 둘데.

어쩌면 이렇게 가볍고 상큼한 기분이 느껴지도록  부를 수가 있는 거지,


"얘들아 , 너네 이 노래 어떻게 알고 부른 거야?"


"엄마도 알아? 이거 요즘 많이 들어. 유행곡이야."


올해 초등학교3학년과, 6학년이 되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제 엄마가 딱 자기들만 할 적에

열렬히 불렀던 HOT노래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다.


96년 소풍 그리고 장기자랑.

또한 무대가 세워진 곳이라면 화려하게 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빨강, 초록, 파랑, 노랑, 주황색의 폭신한 모자와 포근한 벙어리장갑, 털뭉치 집게핀, 멜빵바지, 귀마개까지.

어느 정도 인기를 자랑했었는지 과연 짐작할만하다.

 심지어는 원색 소품으로 온통 착장하고 자랑스레 길거리를 누비는 청소년들을 심심치 않게 마주할 수 있었으니까,


"엄마, 이 노래 우리 관장님이 틀어 주셔서 아는 거야."

10살 둘째 승이가 일러준다.


"아 그랬구나."

아이들이 오래도록 다니고 있는 태권도에서  들려주셨던 모양이다.

(음악줄넘기를 할 때 노래를 크게 틀어  신나게 운동을 시켜주신단다)


아이들이 들었던 노래는 HOT의 캔디가 아니고  리메이크.

NCT DREAM의 캔디 라고 한다.

큰아들 석이가 이를 들려주어

 들어보니 편곡이 재미있고, 멜로디가 경쾌하여 청량했다.



나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다.

그렇지만 노래를 들으면 당시의 마음이나 느꼈던 기분과 냄새 온도 심지어는 당시의 옷차림과 장소.

이러한 세밀한 기억들이  또렷하게 솟아오른다. 


이를테면 어떤 노래를 들으면 막연하게 눈물이 흐를 것 같다거나,

또 다른 노래를 들으면 들떠 없이 행복해진다든지,

또는 청량하고 시원했던 여름바다가 생각나기도,

따뜻했던 겨울이 떠오르기도 한다.

더불어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수십 년 전 헤어진 남자친구가  뜬금없이 기억나기도 하는데 ,

오죽하면 노래를 듣다가 네 생각이 나서

라는 책이 있을까.


사실 나는 게는 편두통이 나타나는 편이라

큰 소리와 쏟아지는 빛에 민감하다.

그래서 매일 하루 함께 시작하는 라디오 기껏해야 주방에서 들을 수 있 정도로 두고,

아이들에게는 나의 귀가 허용할 수 있을 정도의 티브이 음량을 정해놓고 , 그 이상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

(글로 옮겨적고 보니 꽤나 숨 막히는 엄마이구나 싶다)


아이들과 캔디영상을 틀어놓고 함께 부르는데

주책없이 울상이 되어 자꾸 울음이 터져 나오려고 한다.

그 울먹임이 시절에 대한 추억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오늘의 반가움 때문이었는지는 다시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다.


내일 오후 음량을 조금 올리고 아이들과 노래를 불러 보려고 한다. 비록 좀 전의 여파로

금세 오른쪽 관자놀이 혈관쿵쿵 뛰면서 지끈지끈 아파올 조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함께 할 수 있는 지금의 시간.

그 정도의 통증과 견줄 만큼 의미 있고

소중하다는 것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캔디라는 노래를 들으면 더불어 하나 더,

  아이들과  함께한 하루 중 행복했던 시간과 달달한 향기로 기억되고 싶다.





사사로운 덧붙임 이야기

미화가(나의 엄마) 얼마 전 이야기 했다.

"나중에 내가 좋아하던 노래를 들으면 그때는 엄마 생각이 많이 날 거야."

일부러 못 들은 척했다.

언젠가 다가올 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쩐지 그 말의 의미는 무척 늦게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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