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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혜 Feb 27. 2023

보통날


그동안 잘 써왔던 LG정수기의  렌털기간이 이번달을 마지막으로 끝다는 안내를 받았다.

지금까지는 렌털기간이 끝날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으레 정수기를 새것으로 바꿔 왔다. 그런데 아무래도 여러모로 생각해 보니 조금 더 쓴 후에 교체하는 것 또한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물을 마시려고 버튼을 누르는데

"이상하다. 버튼에 불이 들어오지 않네."

혹시 콘센트에 플러그가 빠진 건가 확인을 해봤지만 , 제대로 꽂혀 있다.


잘 모르겠을 때는 초기화해 보는 것이 방법 일수도 있겠다 싶으니 , 플러그를 완전히 뽑았다가 잠시뒤에 다시 꽂아 보았다.

역시 초기화가 답이었는가 보다.

전원이 들어오고 , 작동을 제대로 하기 시작한다.

한데 정수를 눌러서 한 컵 따라 보이상하게 기계타는 듯 수상한 냄새가 나는 거 같다. 물을 따르기를 잠시 멈추고 기다렸다가 다시 버튼을 눌러본다.


아까보다 냄새가 심해져 타는듯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이상하다. 왜 이런 냄새가 나는 거지?"

 방에 있던 큰아들 석이 혼잣말을 들었나 보다. 이내  궁금한지 딴청을 피우는 척  나와서 아는 체를 한다.


"엄마, 물 마시러 나왔어. 그런데 수영장에서 나는 냄새가 여기서 나는 거 같아. 정수기에 혹시 무슨 문제 있어?"

이럴 때면 나를 닮아 엉뚱한 호기심이 넘치는 석이기어코 나서며 한자리 끼려고 하는 그 모습에 웃음이 난다. 그러고 보니 실내 수영장에서 맡아본 숙한 냄새 같기도 하다.


"응 아무래도 이상하네 , 일단 플러그 빼놔야 할거 같아. 내일 as접수해 봐야겠다."


당장에 정수기를 쓸 수 없으니 물을 많이 마시는 나에게는 몹시 곤란한 상황이다.


급히 싱크대 깊숙이 뒤져 본다. 제일 큰 주전자를 찾아 꺼내어 가스레인지에 얹는다. 그리고 얼마쯤 지났을까. 뽀글뽀글 작은 거품이 일어나며 주전자의 물이 끓어오르면, 곧장 가스레인지 불을 끈 후 구수한 결명자차 티백을 하나 꺼내어 주전자 속으로 넣는다.



보리차나 결명자차 우엉차등 평소에도 정수에 차를 우려내어 마시던 나는 상관이 없지만 ,

아이들은 본연의 물맛이 아니면 그렇게 미간에 잔뜩 힘을 주어 못생긴 얼굴을 만들어 보이며  찌푸린다.


다행히 야외에 나갈 일이 있을 때마다 챙겨서 마시기 위해  준비해 둔 500ml 생수가 한 묶음 있다.

그것으로 며칠 마시다 보면 해결이 되어있,


 다음날 AS접수를 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그런데 렌털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전담부서로 다시 이관을 시킨 다음 부서의 연락을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 렌털기간이 끝났으니 AS처리가 순조롭지는 않겠다 싶. 아무래도 다시 계약을 하는 편이 합리적이지 않겠냐는 쪽으로 이내 생각이 기운다.


성격이 치밀하지는 않으나 급한 이라 곧장 LG 정수기 렌털특별가를 조건으로 새로운 모델 계약을 . 

그런데 아, 예상보다 기다림이 조금 길어진다.

앞으로 일주일은 족히 더 걸릴 듯한데, 주전자에 물을 끓이기를  여러 날 반복하니 이것이 여간일은 아니다.


그동안 불편함 없이 깨끗한 물을 마음껏 마셔왔다. 이나 밤이나 그저 묵묵히 애써준 정수기에 늦게나마 감사함을 느껴본다.

작고 대수롭지 않 여겨지는 통날 가운데 이렇듯 전혀 생각이나 예상하지 못한 고마움을 깊이 느끼게 되는 때가 있다.

런데 참, 이렇게 말하면 다소 우습지만 그러면서도 새로운 정수기가 하루빨리 와주기를,

 내심 기대에 차있는 마으로 손꼽아 기다 있다.

뭐, 내일은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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