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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혜 Feb 15. 2023

그것은 어쩐지 쉽지 않다


얼마 전 일이다.

NCT DREAM의 캔디 영상을 보며

둘째 승이가 노래와 함께  안무를 따라 하고 있었다.


흥이 많 승이는 첫돌쯤이었던가,

아무튼 아기 때부터 제법 앙증맞게 몸을 움직여 씰룩거리곤 했다. 


10살이 된 지금도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여전히 꼬마곰 비슷한 몸 어찌나 춤을 맛깔나게 추는 건지 ,

그 모습에 가족들은 배를 움켜 잡고 크게 웃느라 바쁘다.


앗.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신나게 춤을 추고 있던 승이와 나는 순간 얼음이라도 된 듯 가만히 고요해진다. 한 시간쯤 뒤에 태권도장에 가기 위해 태권도복을 입고 있었는데,

도복 바지가 거침없이 홀라당 벗겨져  버린 것이다.


"으하하하하. 너 뭐야 바지가 왜 벗겨진 거야. "


"끼약, 엄마 내 바지!"

곧바로  허리까지 추켜올려 입었으나 또다시 힘없이 훌러덩 내려오는 승이의 바지.


"이리 와봐. 엄마한테 바지 줘봐."

도복 바지를  건네받아 허리춤을 가만히 살펴보니 짱짱해야 할 허리 고무줄이 어느 사이 늘어났는지 구실을 못하고 있었다.


"승아, 여기 고무줄이 다 늘어 있어서 벗겨진 거였어. 엄마가 수선해 볼게. 기다려봐."

급한 데로 허리춤에 긴 줄을 넣어 수습해 보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 역시 고무줄이 아니라서 쓰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듯했다.


마침 한 사이즈 더 큰 첫째 석이 입지 않는  도복 바지가 있다. 어느 정도 길이가 맞는 다면  오늘은 급한 데로 둘둘 접어 입혀 보낼 작정이다.


그런데 길어도 너무 길다.

세 번을 둘둘둘 접고 나서야 어지간하게 대충 맞는 모양새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일단은 고무줄 다 풀려버린 바지 허리춤에  긴 줄을 넣어 꽉 묶어 입혀 보내는 수밖에,


승이를 보내고 나서 바지길이를 어떻게 꿰매어 수선해 볼까 싶었다.

그렇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는데, 바느질을  썩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늘 나에게 어쩐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런 날을 대비해 얼마 전 야심 차게 준비 아이템이 있었지,

드디어 오늘에서야 너를 쓸 수 있겠구나.

왠지 신이 나서 주섬주섬 끄집어 내본다.


DIY셀프 단추달기 공구세트.

어설픈 손놀림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몇 분 만에 바지를 둘둘 접어 길이를 고정시키는 것을 성공했다.


바느질하는 솜씨가 끔찍하게 형편없을지라도 기운 없이 풀 죽어 있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외에도 못하는 것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편이긴 하지만,


꼭 있어야 할 것이 없으면 없는 대로 그럭저럭 살아 나가자는 생각으로 내고 있다.

그쯤이 오히려 정신건강에는 이롭지 않겠냐며  역시 나는 꽤나 합리적인 사람이야,

이러한 마음 가짐으로 말이다.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스스로를 이렇게 토닥이며 그런대로 사는 편이 역시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도 어떻게든 살아가는 게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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