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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혜 Mar 01. 2023

소문나게 맛있는 한 끼를 위하여


맥락 없이 꽤나 즉흥적인 편인 나는 얼마 전 여행을 계획했었다.

나와는 다르게 성 철저한 용(남편)이내 당연한 듯 행지의 먹거리들부터  찾아본다.

그런데 사실 나는 소위 맛집이라고 알려진 음식점에 가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주변인들의 여행이야기를 가만 들여다보면 대게 여행에서 그 지역 맛집이라는 음식점의 요리를 기대하며 계획한다. 십 내지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맛집투어를 했다는 이야기 또한 심심치 않게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반면에 나는 대체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지만, 굳이 더 이야기해 보자면 맛집에 가는 것을 싫어한다는 표현에 더 가까운 사람이다.

이러한 이유에 대하여 가만 떠올려 보역시 거창하지 못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특별히 싫어하는 음식이 없을뿐더러  , 별히 선호하는 음식 또한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부분의 음식을 접할 때 꽤나 맛이 좋다고 생각하며 흡족하게 먹는 편이기 때문일 테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굳이 맛있다는 소문이  자자해서 몇백 번대의  대기표를 받거나,  길게 늘어선 대기줄에 함께 서있는 것은 몸서리가 쳐지고 , 떠올리기만 하는 것으로 때로는 몹시 피곤해기도 한다.

는 음식에 대한 의미가 내겐 그다지 크지 않은 것 일터.


한편, 용은 나와는 다르게 맛있다는 소문이 자자한 음식점에서 꽤나 오래 기다리며  줄을 서더라도 한 끼의 식사를 하는 것을 무척이나 즐기는 사람이다.

매번 이런 내 뜻만 고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못 이기는 척  여행지에서 슬며시 한번 정도는 그의 의견을 존중해 주기는 다.

하지만 이것은 내게 유쾌하지 않고  몹시 곤욕스러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니 이내 복잡한 표정이 되고야 만다.


발길 닿는 데로 움직여 여행을 하고 내키는 대로 음식을 먹어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는 다르게 용은 매번 동선과 에 따른 이동시간까지 촘촘하게 계획을 하 편이다.

그가 계획한 여행 관련 리스트에는 지역의 맛집 또한 즐비하다. 이로써 소소한 즐거움을 얻는 사람이기에 이따금 한 번씩은 협조해 줄 수밖에 , 


이번여행에서도 출발 전 용은 맛집 리스트를 조목조목 읊어준다. 언제나처럼  나는 영 감흥이 없다.

그가 짬뽕이라 했던가 , 무슨 짜장이라 했던가 ,

미안하지만 실은 그의 말을 귀찮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흘려 들었기 때문에 내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다.

 


어쨌든 못 이기는 척 수십 분 대기줄을 기다려 중국음식점 요리를 먹고 돌아왔다.

대부분의 소문난 음식점이라는 곳이  내게자주 그러했다. 이번에도 역시 찌하여 줄이 끊이 않는지 에는 전히 조금 의아하다.



나에게 어떠한 음식을 어디에서 먹느냐 비교적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무엇보다도 누구와 함께 마주 앉아 음식을 먹느냐가 더 소중한 의미로 다가오고는 한다.


소문나게 맛있는 음식의 한 끼를 위해 기꺼이 몇 시간을 기다리며 맛보는 데에 느낄 수 있는 희열 같은 것. 

그것 무래도 앞으로 영 알 수 없을 듯하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안타깝기도 하.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봐? 에서 몇 시간줄을 서있다가 쫓기듯 후다닥 먹나오는 거. 오늘 처음 느꼈는데 왜인지 좋지만은 않더라." 어쩐지 용은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와 다지 길지 않은 이야기 끝에 그토록  바라왔던 결실을 얻을 수 있었다.

소문 자자한 음식점에 앞에  마냥 줄지어 기다리며 서있 것을 자제하기로 비로소 타협한 .


그리고 며칠이나 지났을까 , 아뿔싸.

 몇 달 뒤 또 다른 여행을 앞두고 그는 이내 맛집 리스트를 내 눈앞에 만히 들이밀고 있다.

그리고는 눈동자를 반짝이며 어느 때보다 해맑게 웃어 보인다.

아무래도 이 사람과 나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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