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혜 Jun 15. 2023

내 머릿속 지우개


몹시 곤란하기 짝이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제법 골똘히 생각해 봤지만 아쉽게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럴수록 머릿속이 맑아지기는 커녕. 안개가 잔뜩 낀 고속도로를 헤매는 듯. 썩 탐탁지 않은 기분 들뿐이다.


 안타깝게도 그 일은 머지않아 다시 일어나고야 말았다. 음, 한 달 전이었던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해외직접구매를 했던 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 사흘, 나흘을 지나면서 결국 구매를 했던 기억조차 아득해질 무렵.

어느 날 카카오톡메신저에 알림이 왔다.

해외직구/구매물품배송/통관정보제공이라는 제목아래 수취인과 송장번호가 함께 안내었다.


아, 저번에 15000원 기간임박 할인쿠폰을 받았지. 그래서 홀린 듯 결제를 했었네. 가만있자. 내가 뭘 샀더라,


분명 그날 뭔가 주섬주섬 담아 결제를 하긴 했다. 그게 뭔지는 주문내역을 확인해 보면 될일. 굳이 기억나지 않는 일에 힘 빼지 말자는 생각을 하며 직구 사이트에 접속한다.


로그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앗, 어찌 된 일인지 깜깜하다. 머릿속에 이어 눈앞까지.

물론 누군가는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이야기할는지 모를 테다. 아이디와 비밀번호 찾기 기능을 이용하면 간단하게 해결이 될 텐데. 이 사람 답답하네 라며  혀를 끌끌 찰는지.


하나 누가 뭐라지 않아 떠올리기 부끄러워질 만큼 지금 난 어이 없.  어째서 인터넷  사이트마다 가입을 할 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지정하는 방식이 다른 건지.

이를테면 특수기호와 숫자를 사용하시오. 대문자와 소문자, 특수기호를 조합하시오. 13자 이상 대문자와 숫자로만 이루어진 번호를 설정하시오.  이렇듯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데에는 충족되어야 하는 요건들이 꽤나 까다롭기만 하다. 물론 더 많은 조합을 요구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 설정 프로그램도 많을 테지만, 


게다 자동 로그인 활성화 기능은 툭하면 해제되고 마는지. 어쩌자고 인터넷 프로그램은  로그인할 때마다  날 이렇게 어지럽히는 건지 모르겠다.


사정이 이러하니 나름의 방법을 용케 생각해 내긴 했다. 그나마 참 다행이다.

핸드폰의 메모장. 그건 마치 내게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의 북두칠성 같기도. 망망한 밤바다를 비추어 길을 밝히는 등대와 같은 존재기도 하다.


나의 핸드폰 메모장에는 며칠간의 식단표라든가, 찰떡같이 마음에 드는 립스틱의 번호. 머지 않아 해야 할 일들과, 사야 할 것. 떠오르는 생각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여러 인터넷 사이트 각각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들어있다.


아이들이 자람에 따라 학교나 기관에서조차 인터넷사이트에 가입을 해서 참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니 , 나로서는 도저히 기억할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이쯤 되니 언제까지 더듬더듬 핸드폰메모장에만 의지할 수 없는 노릇이란 생각이 느닷없이 들기도 한다.

우리 엄마 미화 씨. 티브이프로그램에서 기억력개선에 좋다고 줄기차게 홍보하는 영양제를 즐겨 먹던데.


기억력개선에 좋다는 각종 영양제는 분기별.  럴싸한 정보 미화 씨 귀 매번 솔깃게 한다. 하나 인터넷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쉽지 않은 미화 씨. 그러하니 그녀는 항상  나를  재촉해 주문을 하고 있다.  어째 측의  현란한 상술 아닌지 ,


그래도 뭐.   한번 먹어볼까.  고민은 이래저래 깊어지기만 한다. 아니다. 됐다,

 이제 슬슬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다. 이런 생각은 그만 접어두자. 저녁으로 무얼 먹이면 좋을지나 고민해 자.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밤 시원한 바람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