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반듯한 풍경 속에서도 산속 저택의 금빛 균열은 여전히 따라와 그녀의 시야를 갈라놓고, 남편의 침묵과 제3의 남성의 낮은 목소리 사이에서 ‘묻지 않는 사랑’과 ‘말하지 못한 흔들림’이 교차하는 순간을 담아낸 『균열의 서곡』 5장”
도시는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 빛은 과잉이었다.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은 반듯하고 깨끗했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산속 저택의 금빛 봉합선이 겹쳐 보였다.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보이는 풍경 위로, 균열의 얇은 선이 스며 있었다.
식탁 위에는 커피가 놓여 있었다. 잔 표면에 잔잔한 파문이 번졌다. 나는 그 파문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잔을 들고 있는 그의 손목이 아주 잠깐 흔들린 것을 보았다. 흔들림은 곧 사라졌지만, 내 가슴은 그 떨림으로 오래 울렸다.
그 역시 알았다. 내가 그것을 보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그는 눈길을 들지 않았다. 눈길을 들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깊이 바라보는 사람처럼. 침묵은 그렇게 식탁 위를 덮었고,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기류를 마셨다.
나는 웃음을 흉내 냈다. 그러나 웃음은 늦게 따라왔다. 늦게 따라온 웃음은 웃음이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눈치챘다. 눈치챘으나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 것이 지금의 그에게 허락된 사랑의 형식이었으니까.
집은 반듯했다. 벽지도, 그림도, 정돈된 가구의 선들도. 그러나 내 눈에는 그 반듯함 위로 얇은 균열이 번졌다. 균열은 사물에 있지 않고 내 시야에 있었다. 내 안의 금빛 선이 바깥으로 번져 나와 모든 것을 갈라놓았다.
거울 앞에 섰을 때, 나는 내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김이 걷히자, 두 개의 눈빛이 동시에 떠올랐다. 하나는 도시의 아내, 하나는 산속의 여인. 나는 그 둘 사이에서 오래 머물렀다.
멀리서 그는 거울을 보지 않았다. 대신 거울 앞에 선 내 어깨를 보았다. 얼굴이 아닌 뒷모습. 뒷모습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 주었다. 그러나 그는 다가가지 않았다. 다가가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낮 동안 나는 이름 없는 일정들을 따라 움직였다. 회의, 서류, 도장, 식사. 이름은 있었으나 얼굴은 없었다. 나는 내 얼굴을 잃은 채 하루를 버텼다. 도시의 말들은 단정했지만, 내 귀에는 잡음처럼 들렸다. 잡음 속에서 나는 산의 바람을 떠올렸다. 말이 적은 바람. 오래 남는 바람.
그는 서류를 넘겼다. 글자는 반듯했고, 도장은 붉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집중하지 못했다. 활자보다 더 선명한 것은 내 시선이 도망치던 순간이었다. 그 순간이 우연이 아님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모른 척했다. 모른 척함으로만 버틸 수 있었으니까.
저녁이 되면 집안의 불빛이 하나씩 켜졌다. 방마다 다른 조명이었으나, 빛마다 흠집이 있었다. 나는 지훈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깨져도 됩니다.” 그 문장은 여전히 내 안에서 살아 있었다. 도시의 방 안에서도, 나는 산의 온실을 호흡하고 있었다.
밤이 오면 꿈은 나를 다시 산으로 데려갔다. 저택의 복도, 금빛 봉합선이 이어진 유리, 습기 어린 공기. 꿈속에서 나는 발소리를 들었다. 가까이 오지 않지만 가까운 발소리. 숨이 흔들릴 정도의 거리. 나는 그 거리에서 깨어났다. 옆에는 남편이 자고 있었다. 그의 호흡은 규칙적이었다. 규칙은 나를 더 고립시켰다.
그는 그 등을 보았다. 나의 등이 말없이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는 그 등을 붙잡지 않았다. 붙잡는 순간, 내가 더 멀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음으로써 사랑을 지킨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러나 설득은 언제나 실패였다.
어느 날,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다. “온실의 난이 새 잎을 밀었습니다.” 그것뿐이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답하지 않은 것이 곧 대답이었다.
거실에서 그는 신문을 펼쳤다. 그러나 활자는 읽히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너무 선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더 묻지 않았다. 묻지 않음이 지금 그에게 허락된 사랑의 유일한 방식이었다.
나는 전화를 끊은 뒤 한참 동안 손끝을 떨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떨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떨림은 울음의 다른 이름이었다. 울지 않는 울음이 집안을 채웠다.
나는 서랍을 열어 옻칠 상자를 꺼냈다. 봉투 하나를 꺼내 짧은 문장을 적었다. “나는 내게서 늦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문장은 내 것이면서 내 것이 아니었다. 마치 지훈이 내 손을 빌려 적은 듯했다. 나는 봉투를 닫지 않았다. 닫으면 문장이 어두워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멀리서 그는 내 손끝을 보았다. 글씨는 보이지 않았으나, 마음은 보였다. 내가 누구를 향해 문장을 적는지 그는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알면서도 묻지 않는 것이 그의 사랑의 마지막 형식이었다.
밤, 거울 앞에서 나는 다시 내 얼굴을 보았다. 얼굴은 두 개였다. 하나는 도시의 아내, 하나는 산의 여인. 나는 웃었다. 앞으로 웃으면서 동시에 뒤로 물러나 웃었다. 두 방향의 웃음이 만나 어색해졌다. 그러나 어색함도 사람의 형식이었다. 나는 그 어색함 속에서 잠시 구원받았다.
그는 내 웃음을 보았다. 그러나 그 웃음이 자신을 향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알았으나 묻지 않았다. 묻지 않음은 그의 마지막 방패였다. 그는 그 방패 뒤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
도시는 여전히 반듯했다. 그러나 우리의 눈에는 얇은 금빛 균열이 보였다. 균열은 산에서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균열은 우리와 함께 내려왔다. 균열은 끝난 적이 없었다. 균열은 계속해서 얇은 빛으로 번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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