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평온은 생각보다 오래 갔다.
너무 오래가서, 오히려 인공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현우는 식탁을 정리하고 있었다.
유리잔을 닦는 손길이 일정했다.
마치 흠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사람처럼.
나는 창가에 서 있었다.
산은 여전히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이었다.
이 집만이 어젯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은 집에 있을 거지?”
현우가 물었다.
그의 질문은 가볍게 던진 돌멩이처럼 보였지만,
물 아래에서는 파문이 깊게 번졌다.
“네.”
대답은 짧았다.
내 목소리는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가 길어졌다.
그 그림자가 복도 쪽 벽에 닿는 순간—
나는 보았다.
금빛 선이 아주 미세하게 반응하는 것을.
밤처럼 날카롭지는 않았다.
그러나 분명히, 움직였다.
나는 숨을 멈췄다.
균열은 내 근처에서가 아니라,
현우의 그림자 아래에서 떨리고 있었다.
이 집은,
내 감정에만 반응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아니면—
모른다는 얼굴을 완벽하게 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왜 그래?”
그의 손이 내 어깨에 가볍게 닿았다.
그 접촉은 익숙했고, 따뜻했고,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벽면의 금빛이 아주 가늘게 일렁였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혹시…
당신도 흔들리고 있는 건가요.
말로 하지 않은 질문이,
공기 속에서 떠다녔다.
현우는 웃었다.
“요즘 좀 예민해 보여.”
예민.
그 단어는 내 속을 정확히 찔렀다.
예민한 건 나일까,
아니면 이 집일까.
그때, 내 휴대폰이 진동했다.
아주 짧게.
현우의 손길이 미묘하게 멈췄다.
나는 화면을 보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시간에 나에게 연락할 사람은,
단 한 명뿐이라는 걸.
진동은 한 번 더 울렸다.
벽면의 균열이 아주 얇게 번졌다.
마치 그 소리를 들은 것처럼.
현우는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더 무거웠다.
“확인 안 해?”
부드러운 질문.
나는 고개를 저었다.
“급한 건 아니에요.”
거짓말이었다.
심장은 이미 진동과 같은 리듬으로 뛰고 있었다.
현우는 다시 웃었다.
그 웃음은 흠잡을 데 없었다.
그러나 그의 그림자가 다시 벽에 닿는 순간—
금빛 선이 조금 더 또렷해졌다.
나는 확신했다.
이 집은 숨소리를 듣는다.
거짓말을 삼킨다.
그리고 침묵 아래에서 자란다.
지훈은 이 공간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떠오르는 것만으로
공기의 온도가 달라졌다.
같은 집.
같은 시간.
그러나 이미
세 사람의 긴장이 존재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세 번째 자리.
나는 휴대폰을 주머니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무너지는 건 관계일까,
아니면 이 집일까.
금빛 균열이
현우의 그림자 아래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숨이 점점 나와 닮아간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