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의 서곡 25

by 은서의 숨겨진 책

아침의 평온은 생각보다 오래 갔다.

너무 오래가서, 오히려 인공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현우는 식탁을 정리하고 있었다.

유리잔을 닦는 손길이 일정했다.

마치 흠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사람처럼.


나는 창가에 서 있었다.

산은 여전히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이었다.

이 집만이 어젯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은 집에 있을 거지?”

현우가 물었다.


그의 질문은 가볍게 던진 돌멩이처럼 보였지만,

물 아래에서는 파문이 깊게 번졌다.


“네.”


대답은 짧았다.

내 목소리는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가 길어졌다.

그 그림자가 복도 쪽 벽에 닿는 순간—


나는 보았다.


금빛 선이 아주 미세하게 반응하는 것을.


밤처럼 날카롭지는 않았다.

그러나 분명히, 움직였다.


나는 숨을 멈췄다.


균열은 내 근처에서가 아니라,

현우의 그림자 아래에서 떨리고 있었다.


이 집은,

내 감정에만 반응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아니면—

모른다는 얼굴을 완벽하게 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왜 그래?”


그의 손이 내 어깨에 가볍게 닿았다.

그 접촉은 익숙했고, 따뜻했고,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벽면의 금빛이 아주 가늘게 일렁였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혹시…

당신도 흔들리고 있는 건가요.


말로 하지 않은 질문이,

공기 속에서 떠다녔다.


현우는 웃었다.

“요즘 좀 예민해 보여.”


예민.


그 단어는 내 속을 정확히 찔렀다.

예민한 건 나일까,

아니면 이 집일까.


그때, 내 휴대폰이 진동했다.


아주 짧게.


현우의 손길이 미묘하게 멈췄다.


나는 화면을 보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시간에 나에게 연락할 사람은,

단 한 명뿐이라는 걸.


진동은 한 번 더 울렸다.


벽면의 균열이 아주 얇게 번졌다.

마치 그 소리를 들은 것처럼.


현우는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더 무거웠다.


“확인 안 해?”


부드러운 질문.


나는 고개를 저었다.

“급한 건 아니에요.”


거짓말이었다.


심장은 이미 진동과 같은 리듬으로 뛰고 있었다.


현우는 다시 웃었다.

그 웃음은 흠잡을 데 없었다.


그러나 그의 그림자가 다시 벽에 닿는 순간—

금빛 선이 조금 더 또렷해졌다.


나는 확신했다.


이 집은 숨소리를 듣는다.

거짓말을 삼킨다.

그리고 침묵 아래에서 자란다.


지훈은 이 공간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떠오르는 것만으로

공기의 온도가 달라졌다.


같은 집.

같은 시간.


그러나 이미

세 사람의 긴장이 존재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세 번째 자리.


나는 휴대폰을 주머니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무너지는 건 관계일까,

아니면 이 집일까.


금빛 균열이

현우의 그림자 아래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숨이 점점 나와 닮아간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