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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군가의 일기장 Dec 29. 2022

ep.001 공간

나의 숲 라디오

 나중에 저의 웹툰 '나의 숲'에 등장하는 주인공 현경이 라디오방송을 하는 내용인데요. 사람들의 고민거리나 사연을 듣고 좋은 글이나 생각을 말해주는 이야기입니다.



먼지가 쌓인 낡은 책장, 창문에는 거미줄이 걸려있다.

숲으로 뒤덮여있는 대학교 가장 구석에 있는 작은 건물.

졸업할 때까지 있었는지도 모를 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는 곳이다.

 작은 방 남짓하는 이 공간은 교수님에게 글쓰기 동아리를 만든다는 이유로 받게 된 방이다. 크고 작은 물건더미들을 포대나 상자에 싣고 이틀째 수레에 옮기고 있다.


해윤_후.. 옮겨도 옮겨도 끝이 없네, 우리 잠깐 쉬고 하자. 그래도 저것만 옮기면 거의 끝나겠다

현경_  치우는 건 나 혼자 했어도 되는데, 와줘서 고마워..

해윤_야 같이 하는 건데 당연히 도와야지 나 물 좀

현경_응 여기


 어렸을 때는 친한 친구들이랑 뒷 산에 가서 천막을 치면 그곳이 우리의 아지트였다. 덥고 추운 곳이었지만 작은 손전등만 있어도 아득한 공간이 되었다. 아이였을 때는 조약돌이나 나뭇가지를 가져오는 것이 목표였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이야기를 가져오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나에 대해,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세상에 대해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작은 방은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대화를 하는 은 그런 것을 의미했다.


 해윤- 쿠울.. 쿨..


 해윤은 지쳤는지 잠에 들었다. 지금은 오후 2시, 아침 일찍부터 짐을 날랐으니 많이 피곤한 모양이다. 가방에서 작은 담요를 꺼내 덮여주고 나무토막을 배게 삼아 옆에 누웠다. 이제 무거운 물건들은 거의 옮겨서 작은 것들만 정리하고 먼지들을 닦고 청소만 하면 끝이 날 것 같다. 해윤이 6시에 알바가 있어서 그전에 깨워주고, 나는 잠시 씻고 와서 저녁에 다시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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