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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군가의 일기장 Jan 02. 2023

ep002. 만남

나의 숲 라디오

찌르르- 풀벌레 소리가 가득한 우거진 숲과 벽돌의 건물, 올라가는 길은 잎들 사이로 잔잔하게 가로등이 비추고 있다. 깊고 푸른 어둠 속에서 작은 방하나가 불이 켜진다.

 딸깍

불을 켜는 스위치를 만졌을 뿐인데 손에 거미줄이 붙는다. 밝아진 방안을 천천히 둘러보다 창밖을 보니 어두운 숲의 파도에 혼자 떠있는 느낌이 든다.

아침에 청소를 하면서 눈여겨본 것이 있는데 책상 크기의 라디오 수신기였다. 볼륨을 조절하는 단추와 소리를 내보낼 장소들이 적힌 버튼, 커다란 마이크가 달려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식은땀이 나는 손으로 천천히 전원버튼을 눌렸다.

 우우우웅-

굉음과 함께 장소들이 적힌 버튼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건물 층별, 뒤뜰, 올라오는 길목, 다양한 곳으로 방송을 내보내는  같았다.

 우선 소리를 최대한 낮추고 방송을 내보낼 곳을 정했다

사람들이 자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발길이 닿지 않는 작은 길목, 뒤뜰에만 소리를 켜두었다.

너무도 조용해서 풀벌레소리가 함께 들리는, 누군가가 듣고 있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런 공간에 말을 건넸다.


[현경]

아 아.. 들리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최근에 작은 방으로 이사 온 이웃입니다. 갑자기 마이크로 인사드려서 죄송합니다.

혹여나 여러분들의 조용한 공간을 빼앗는 것이라면  말씀해 주세요.

저는 이곳에 오면 꼭 하고 싶었던 게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이 여러분과 '만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글을 쓰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만남이든 편지를 쓰는 마음이 필요하다. 한 단어를 뱉을 때 그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한 문장을 뱉을 때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래서 지금도

여러분들이 제 눈앞에 있지는 않지만, 사실 아무도 제 라디오를 듣고 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만남이란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히 엄마의 품이라고 얘기하잖아요. 그것은 바라는 마음 없이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상대를 편안하게 하고 함께 있고 싶어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 같아요

실례가 되지않는다면 여러분에게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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