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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mena Sep 08. 2022

선거철 모습을 통해 본 스웨덴 사회

스웨덴의 다가오는 총선을 맞이하여

9월 11일, 우리에겐 911로 유명한 날이지만 이 날짜는 올해 스웨덴의 총선이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스웨덴은 4년마다 치러지는 선거를 통해 총 349인의 국회 (Riksdagen)에 좌석을 차지할 국회의원을 뽑는다. 이 중앙선거 외에도 두 종류의 지방선거(Regionfullmäktigeval, Kommun가fullmäktigeval)가 함께 치러진다. 2019년에 대학원을 다니며 유럽 정치 수업을 들었을 때가 마침 유럽의회 선거 시기여서 유럽연합 각국의 정치 판도에 대해 한학기 내내 세미나를 했던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스웨덴을 맡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스웨덴이 유럽연합에 속한 국가였는지조차 확실히 알지 못했던 때라, 그전 해에 치러진 2018년 스웨덴 총선과 2019년 유럽의회 선거의 흐름을 연결짓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나, 스웨덴에서 학교를 다니며 살고 있는 지금은 그래도 많은 정당과 정책을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중앙 선거가 열리는 해에 그 나라에 사는 것은 아예 이민을 결심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경험하기 쉽지 않은 기회다. 이번 글에서는 스웨덴의 총선, 그리고 이를 둘러싼 여러 이슈와 한국과 비슷하거나 혹은 다른 선거철 풍경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


스웨덴에는 약 25개의 정당이 있다. 이중 8개 정당은 국회 (Riksdag)에 좌석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 17개는 군소정당으로 중앙정부에서의 존재감은 없다. 스웨덴 정치는 다당제로, 덩치 큰 두 개의 정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서로와 경쟁하는 한국 혹은 미국의 양당제와는 차이가 있다. 지난 2018년 선거에서 가장 많은 좌석인 100석을 차지한 정당은 스웨덴의 사민당 (Socialdemokraterna)으로, 중도좌파 성향에 노동당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주로 S라고 짧게 표기된다. 이를 뒤이어 중도 우파인 Moderaterna, 우파 (혹은 극우) 정당인 Sverigedemokraterna가 각각 70, 61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 뒤를 다섯 개의 정당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좌석수로 따르고 있으며, 흥미로운 점은 기독당 (Kristdemoraterna)과 환경당(Miljöpartier)이 각각 적지 않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미없는 얘기는 이쯤 하고, 보다 흥미로운 부분으로 넘어가보자. 최근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각 정당 당수의 사진을 지겹도록 보게 된다. 재미있는 -혹은 고무적인- 부분은, 국회에 입성해 있는, 혹은 이번 선거에서 그럴 가능성이 높은 주요 정당 당수의 정확하게 절반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두번째는, 선거 포스터에 소위 '유색인종'을 흔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스웨덴이 그렇게 성별과 인종에 있어 평등한 곳인지 궁금해 한다.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스웨덴 사람들은 '아직 멀었다'고 불평을 터트리고, 보수적인 사람들은 반대의 의미로 불평한다. 나와 같은 외국인들은 스웨덴의 개방성과 형평성에 종종 놀라곤 한다. 누가 봐도 '스웨덴인스럽지 않은' 이름을 가진 이가 한 정당의 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수의 이민 가정 출신의 젊은 정치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세번째로 흥미로운 점은, 시끄러운 유세 트럭 및 선거 유세를 하러 나선 정치인들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대도시에서는 광장 등과 같은 특정한 장소를 빌려 전당대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출퇴근 길에 지하철 역 앞에서 악수를 청하는 일은 볼 수 없다. 대신 티비를 켜면 매일같이 뉴스 채널에 각 정당 당수가 등장해서 패널들과, 혹은 다른 정당 멤버와 토론을 펼친다. 일종의 퀴즈 쇼를 하기도 하고, 토크쇼 형식으로 대화를 하기도 한다. 정치인의 홍보에 관해 어떤 규제가 있는지는 잘 알 수 없으나, 최소한 선거철 내내 귓가를 울리는 시끄러운 유세 트럭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이견의 여지 없이 기쁜 일이다. 



또다른 흥미로운 점은 바로 투표권이다. 중앙 선거에 투표하기 위해서는 18세 이상의 스웨덴 시민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방 선거 투표권은 스웨덴에 (정당한 비자와 주민등록번호를 가지고) 거주한지 2년이 지나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EU 출신이라면 스웨덴에 30일 이상만 거주하기만 하면 투표권이 생긴다. 일정 기간을 합법적으로 거주하기만 하면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어도 자신이 사는 지방 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진다. 스웨덴에 온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민자들을 포함해, 스웨덴에서 몇 년 정도 살다가 본국으로 돌아갈 학생이나 주재원 등도 현지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이곳에 사는 사람이라면 -일정 조건 하에- 누구나 자신이 사는 곳에 일어나는 일을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시민권자와는 혜택에 차등이 있긴 하지만 스웨덴에 사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세금을 내고, 또 동일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는다.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은 스웨덴의 증가하는 범죄율이다. 이에 이민 정책, 지역 분리 혹은 통합 정책, 교육, 사법 시스템 등에 관한 논의가 주요 공약으로 제기되고 있다. 나는 '아직' 투표권이 없어 이번에 선거를 할 수는 없지만, 어느 당에 투표할 지 마치 투표권이 있는 사람처럼 열심히 고민하는 중이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2016년을 기점으로 극우 정당이 득세하는 모습을 보여온 가운데, 전쟁과 물가 상승, 그리고 기후 변화라는 전세계적 악재를 겪어나가는 올해 스웨덴의 선거 결과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커버 이미지 출처: riksdag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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