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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mena Sep 15. 2022

2022 스웨덴 총선 결과가 나오다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그러나 예상된 결과

지난 포스트에서 언급한 스웨덴 총선이 9월 11일 일요일에 치러졌다. 유럽 나라들은 느릴 것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선거 결과는 당일 저녁에 나오기 시작해서 사흘 후인 수요일에 모든 표가 집계되고 최종 결과가 발표되었다. 수년 전부터 유럽 전역을 휩쓸어온 극우파 정당들의 득세는 진보 성향의 스웨덴 국민들을 긴장시켰다. 특히 2015년 시리아 내전 이후로 스웨덴에 유입되어 들어온 이민자들과 그들의 권리를 지지하는 이들이 더더욱 그러했다. 또한 근거리에서 반년 넘게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그로 인한 에너지 위기, 9%라는 전례가 드문 물가 상승률, 그리고 툰베리 (Greta Thunberg)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의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 등 다양한 이슈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이였다. 또한 국회에 입성하는 당만 8개 정당으로 다당제인 스웨덴 정치 특성에 의해, 단 하나의 다수당이 존재하지 않고 연립 정당을 구성하여 보수와 진보 진영의 득세를 가르는 시스템 하에서는 각 정당의 한 표 한 표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결과는, 근소한 차이로 보수 진영의 승리였다. 지난 총리였던 사민당 (Socialdemokraterna) 의 수장인 막달레나 안데숀 (Magdalena Andersson) 이 오늘 15일 선거 결과에 승복하여 사의를 표명하며 보수 진영의 승리가 완전히 확정되었다. 총 349석인 스웨덴 의회에서 보수 진영이 176석을, 사민당이 이끄는 진보 진영이 173석을 얻었으니 그야말로 근소한 (막달레나의 표현에 따르면 스웨덴어로 tunn) 차이이다. 


다른 것보다 놀라운 점은 단언컨대 SD, 즉 스웨덴 민주당 (sverigedemokraterna)의 괄목할 만한 득표율이다. 무려 11석을 추가로 얻었다. 나치당에 전신을 둔 극우당으로서 SD의 엄청난 성공은 많은 이들을 걱정시키고 있다. 우파 연립 정당의 선택에 의해 총리가 될 Moderaterna 정당의 수장 울프 크리스테숀 (Ulf Kristersson)은 국민들이 목소리를 냈고, 자신들은 그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고 발언하며 스웨덴 정치에 불어올 강한 바람을 예고했다. 


많은 이들이 정치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꺼리고, 정치와 종교는 함부로 이야기를 해서는 안되는 '볼드모트' 인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정치만큼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도 없다. 투표권도 없는 외국인인 나만 해도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앞으로는 비자 프로세스가 더 복잡해지고 조건도 까다로워질 것을 예상해야 한다. 이를테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언어 자격 조건이라든가, 요구되는 직군 조건 등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또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관한 처벌이 느슨해지는 흐름으로 갈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이야기된다. 몇십 년째 굳건하게 보장되어 온 낙태권이라든가, 종교와 발언의 자유 등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혐오 발언의 주된 타겟은 아마 최근 스웨덴 사회에 편입된 아랍 및 아프리카 국가 출신의 국민들일 것이다. 한편으로 종교와 문화 배경의 차이로 인한 기본적인 가치에 대한 관념의 차이가 스웨덴 사회 내에서 갈등을 빚어온 것 역시 사실이기에, 극우파는 이를 잘 파고들었고 그 결과 좌파 정당들로부터 표를 끌어올 수 있었다. 


남의 나라 정치라고 해서, 내가 그 나라의 시민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서 내가 사는 곳의 정치에 무관심할 수는 없다. 정치는 비싼 옷을 차려입은 정치인들이 티비에 나와서 토론회를 벌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치는 내가, 내 가족이, 내가 -어떤 깊이로든- 속한 사회의 중요한 안건들을 결정하는 장이다. 스웨덴의 젊은이들은 맥주 한잔을 하면서 서로 정치 이야기를 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특정한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는 이유에 관해 말할 자유가 있고, 특별한 의견이 없다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정당의 공약과 캠페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이는 나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기본적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중시하는 스웨덴 사회의 문화를 반영하는 것일 것이다. (물론 거나하게 취한 상태에서의 공격적인 토론은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외국인이자 여성으로서, 스웨덴의 우측으로의 방향 전환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정치와 사회는 그렇게 단편적이지 않다. 성숙한 민주주의와 상호 존중의 정신을 가진 이 사회가 어떻게 이 정치적 분열을 다룰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기도 한다. 







(메인 이미지 출처: omn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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