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바람을 피우지 그랬어
좋았던 기억들이 날 상처 입힌다.
그와 나의 세월이 10년인데,
나의 가장 빛나는 젊음을 온통 그와 함께 했는데,
당연히 그와 나에게도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연애를 했다.
로맨스 소설 마니아인 내가 한동안 로맨스 소설이 내 연애보다 밍숭밍숭하게 느껴져서 소설을 읽지 않게 되었을 정도로.
세상에서 나의 연애가 가장 특별하게 느껴졌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 당시 그는 정말 나에게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 고 생각했다.
이제는 확신할 수 없다.
그의 거짓말이 너무 거대해서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거짓이고 또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구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혼을 하고,
브런치에 내 이야기를 이렇게 쓸 때,
주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말한다
진짜 너무 힘들었겠다고. 너무 화가 난다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기억들은 날 더 이상 힘들게 하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힘들었기 때문일까.?
정작 날 힘들게 하는 것은 행복했던 기억들이다.
그와 나의 예쁜 추억들은
나를 찌르는 예쁜 단도가 되어 날 헤집는다.
차라리 그가 외도를 한 것이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그랬으면, 차라리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마음이 변해서 이혼한 것이었으면,
적어도 그가 그 여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나에게 진실되었다 생각할 수 있었을 테니까.
이런 식으로 나와 함께한 결혼생활 전반에 걸쳐서 거짓말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건 진짜 최악이다.
어떤 순간에 그가 어떤 거짓을 나한테 감추고 있었나 추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난 결국 우리가 함께 했던 그 모든 순간을 거짓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