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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리 May 24. 2024

거짓을 말하면 나는 죽소

거짓말 못하는 병

난 원래도 꾸며내는 걸 잘 못하는 사람이다.

하고 싶은 말을 숨기는 것이

내 속에 있는 말을 다 해버리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친구들이 지어준 내 별명은 투리구슬이다.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속에 있는 것을 다 내보인다고.


그리고 거대한 거짓말과 이혼을 겪고 난 후,

난 솔직함에 대한 강박이 생긴 것 같다.

거짓을 말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 전보다 훨씬 힘들어졌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내 이혼을 말해야 하나 고민했다.

처음엔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말할 기운이 없었다.

그런데 점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있으려니 속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부터 차근차근 내 상황을 얘기했다.


말하고 싶으면서도 말하기 힘든 내 복잡 미묘한 마음을 들은 한 친구가, 말하고 싶지 않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줬다. 나 편한 대로 하라고.

그렇게 말해준 친구에게 고마웠다.

말하지 않는다는 게 전혀 옵션에 없었기 때문에 약간 충격도 받았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새삼 깨닫는 느낌이었다.


그 뒤로도 꽤 갈팡질팡하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역시 난 마음의 용량이 적은 사람인지,

마음속에 너무 많은 말을 담고 있는 것이 힘겹다.


회사에 복직한 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내 안부와 아기의 안부와 그의 안부를 묻는다.

그럼 난 활짝 웃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저 이혼했어요! 사는 게 참 제 맘 같지가 않네요^^"


무거운 이야기를 너무 가볍게 하는 내 모습이 경망스러워 보일까 약간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난 이렇게 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렵다.


거짓말을 하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 것 같다.

그리고 이 병은 점점 심해지는 중이다.

인간관계에서는 약간의 윤활유 같은 거짓말도 필요한 법인데. 날 것의 진실은 꽤 자주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곤 하는데.

알면서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진실만 말하는 나의 입이 누군가에게 상처받는 말을 내뱉지 못하게 단단히 단속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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