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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리 May 24. 2024

운명애, AMOR FATI

박아리가 부릅니다 아모르파티~!

"팔자가 세네. 다 팔자대로 사는 거야~"


답답한 마음에 전화사주를 봤는데 사주 봐주시는 분이 해주신 말이다.

좋은 얘기는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이 말에 큰 위로를 받았다. 내 운명이 원래 이렇게 고단하게 정해져 있던 거라면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니까.

그동안 계속 내 속에서 잘못을 찾았다. 그리고 자책했다. 그때 이렇게 할걸. 그때 이러지 말걸 하고.

 사람이랑 결혼해서 뭔가 이상했을 때 왜 못 알아차렸을까?

난 애초에 왜 그런 사람과 결혼한 걸까?

생각할수록 내 잘못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오기 전에 있었던 수많은 기회들을 놓친 내가 너무 바보 같았다.

그런데 사실은 모든 게 그냥 정해져 있던 것들이라고 하니까,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하니까 마음이 너무 편안해졌다.

어쩌면 난 그동안 내 탓이 아니라는 그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그래 내 잘못이 아니다. 그냥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 거다.


최근에 아주 오랜만에 장르소설이 아닌 인문학 관련 책을 한 권 읽었다.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박찬국 저

이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나는 다른 어떤 시기보다도 나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깊이 의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자주 자문해 왔다. 나의 가장 깊은 내면의 본성이 가르쳐주는 바로는, 일체의 필연적인 것은 높은 입장에서 그리고 거시적인 의미에서 보면 유익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것을 견디는 것을 넘어서 사랑해야 한다. ‘운명애 amor fati’, 이것이 나의 가장 깊은 내면의 본성이다.

나는 내 운명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금 나의 이 힘든 상황이 미래의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겠지.

인생사 새옹지마니까..

내가 우리 예쁜 아기를 만나기 위해서 그 험하고 고된 길을 지나왔구나.

역시 인생에 공짜는 없다.


요즘 방영 중인 선재업고튀어라는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이 2008년 여름으로 회귀를 한다.

주인공이 나랑 동갑이라 그런가, 유독 주인공이 부러웠다.

2008년 여름으로 돌아간다니. 나는 지금 이 기억을 갖고 다시 돌아가면 어떤 인생을 살까?

너무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드라마 1화를 보고 엄마와 한참 대화를 나눴다.

이과 말고 문과를 가야지, 비트코인을 사야지, 집을 사야지...

15년 전의 내가 그때 이걸 알았더라면...

그러다 문득, 지금 이 순간도 15년 뒤의 내가 다시 돌아오고 싶어 할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5년 뒤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사랑하는 내 삶을 충실히 채우기 위해, 티브이를 끄고 책을 편다.

의미 없이 인터넷 서핑을 하던 핸드폰을 내려놓고, 인강을 듣기 위해 아이패드를 켠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인강을 듣고,

업무를 하고,

다시 퇴근길 지하철에서 인강을 듣고,

현관문을 열기 전에 크게 심호흡을 하고,

활짝 웃으면서 집으로 들어간다.

"엄마 왔다~!!"

달려오는 아기를 안아 들고 한참 뽀뽀세례를 퍼붓고,

같이 신나게 목욕을 하고,

아이를 재운뒤 다시 책을 보다가 하루를 마무리 한다.

난 이렇게 보내는 하루로 내 운명애를 증명한다.


오늘도 외쳐본다

아모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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