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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르미 Aug 06. 2021

'브런치 권태기' 극복하기

댓글을. 무려 댓글을 달아주시는 브친님들을 향한 러브레터.

  브런치와 작가의 허니문 기간이 있는 것 같아요. 


  브런치 에디터님들은 신인 작가님들(브린이)의 글을 다음이나 카카오톡에 노출시켜서 충성스러운 콘텐츠 생산자로 성장시켜요. 그러면 저 같은 브린이는 이런 생각을 해요.


  '어머, 뭐야? 나 지금 주목받고 있는 고야?'

  '어머나 세상에, 10만 명이 내 글을 봤어? 내 평생에 이런 영향력을 끼친 적이 있어? 오마이까스레인지야.'

  '이러다가 책 나오는 거 아니야? 세상에나 마상에나... 꿈은 이루어지는구나.'


  물론 겉으로 티는 안내요. 좋아도 너무 좋아하지 말고, 힘들어도 너무 힘든 티 내지 말라고 배웠어요. 된장. 내 새끼들한테는 절대 그렇게 안 가르쳐요.


  그러다가 현타가 한번 와요. 무슨 종류든 공모전에 글을 냈다가 한번 떨어지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상하게 쫌 그래요. 그래서 '권태기' 내지는 '절필기'가 며칠에서 몇 달쯤 돼요.


  '허니문' 다음에 바로 '권태기'라니, 끔찍한 현실이에요. 사실 3개월 만에 권태기라니 같잖고 웃기지도 않아요. 근데 어쩌겠어요. 권태기는 권태기예요.


  기대가 큰 만큼 상처도 깊어요. 떡(상)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혼자서 기대하고 혼자서 상처 받는 짝사랑의 법칙이에요. '혼자 소설 쓴다.'라고 하잖아요. 소설이나 써 볼까 봐요. 소질이 충만해요.


  그런데 그때 구원자들이 나타나요. '브친님들'이에요. 넉넉지 않은 시간과 마음을 쪼개어 글을 쓰고, 누군가에게 나를 들려주며 사시는 분들. 다른 작가님들의 글과 인생을 순수하게 격려하고 칭찬해 주시는 맑은 영혼과 햇살 같은 심성을 가지신 분들.


  '브친님들' 덕분에 권태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어요. 조회수는 잠깐의 마약이지만, 진심 어린 라이킷과 댓글은 사랑이에요.


  브친님들 덕에 권태기를 넘어서고 나면 구김살이 펴지면서 오지랖도 넓어져요. 글도 글이지만 라이킷과 댓글에 진심인 편이 돼요. 그렇게 그렇게 브런치의 단맛과 쓴맛 매운맛에 울고 웃으며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노는 손오공처럼 낚여가요.


  이런 프로세스를 누군가 시스템적으로 설계하셨다면 분명 천재예요. 브런치팀은 그 직원 놓치면 망해요. 플랫폼 장사와 인간 심리의 본질에 대해 뭘 아는 분이에요.


  저는 요새 이렇게 정말 솔직하게 쓰는 잡담의 라이킷 수와 나름 공들이고 힘주어 쓰는 글의 라이킷 수를 비교해 보면서 고민이 생겼어요. '나는 잡담 작가를 해야 하나?' 그래서 권태기는 극복했는데 정체성이 흔들려요.


  그래도 브친님들의 댓글 덕에 오늘도 멈추지 않고 씁니다. 늘 감사 또 감사드려요.


  '글이 재밌어요.'

  '숫자에 흔들리지 말고, 나를 위한 글쓰기를 처음 목적대로 하세요.'


  브멘. 오늘도 행복하세요. 사랑하는 브친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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