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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르미 Aug 07. 2021

6개월 차 브린이 성적표 공개!

원래 공부 못하는 애들이 법석을 떨어요

  오늘은 즐거운 토요일이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남의 성적표 구경하기'를 하려고 해요. 이런 글은 전혀 실속은 없지만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보신다는 사실을 6개월 차 소심한 관종 브린이는 이제 알아요.


  원래는 점잖게 글을 쓰는 지혜롭고 착하고 얌전하고 오타나 비문이 거의 없는 완벽한 사람으로 있고 시프지만,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까불까불도 하고 시퍼요. 작가라는 게 원래 여러 가지 페르소나를 가지고 사는 인종이니 마음이 넓으신 브친님들은 다 이해해주실 거라고 믿어욧. (어머 지가 뭐라고 지가 지더러 작가래 웃겨ㅋ)


  그럼 6개월 차 브린이 성적표를 공개해 보겠습니닷. 두둥. (사실은 별거 없어용)


<훗 3일 활동했는데 이 정돈가? 역시... 천재?>


  오늘 처음 알았네요. 이미지 밑에 설명을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는 스페이스바를 연타하며 왜 가운데가 안 맞지? 했음) 역시 천재? 는 아닌 걸로ㅋㅋㅋ 


  3월 27일 브런치에 입성했어요. 뭐지 지금은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뻥).. 그래 '브런치 엑스 밀리의 서재 공모전'이 며칠 안 남았을 때였어요. 흥. 아직도 마상이 낫지 않았어요. 도대체 뭘 오랫동안 열심히 준비한 것도 아니고, 그만큼 재주가 출중한 것도 아니면서 상처는 참 잘 받아요.


<4월에 정상에 올랐어요. 아니,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어요.>


  글을 올릴 때마다 여기저기 노출시켜 주시는 브런치 에디터님(이신지 알파고님이신지 아직도 모름) 덕분에 진짜 불같은 신혼기를 보냈어요. 이때만 해도 가끔씩 댓글 남겨주시는 작가님들께 황송해서 댓글도 제대로 못 달고... 라이킷 눌러주시는 작가님들 브런치에 놀러 가도 겨우 흔적만... 아장아장... 허덕허덕... 나름 정상 고개를(?) 넘어가는 브린이였어요.


<뭐. 나름 선방했네. 훗.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이미 조회수의 노예가 된 상태였어요.>


  자기가 제목 낚시 실력이 제법 있다는 것을 깨달은 아장아장 건방진 브린이는 뒷짐을 지고 산을 내려오고 있었어요. 찾아주시는 브친님들의 소중함을 이때는 (지금만큼은) 잘 몰랐어요. 사실 애 키우고 일하고 살림하고 하느라 바뻐서 다른 작가님들 브런치는 자주 가보지도 못했어요. 부끄럽고 죄송한 시절이었어요.


<추락하는 새에게는 날개가 없지만,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가요.>


  이미 여기저기 노출시켜주신 글들이 있어서 조회수의 태양은 쉽게 지지 않았어요. 6월까지는 나름 행복한 허니문을 보내며 슬기로운 브런치 생활을 만끽했어요. 저 숫자 때문에 시작한 것도 아니고, 조금 생각해 보면 실상 그리 의미 있는 숫자도 아닌데, 조회수의 유혹에 어느새 빠져 빠져 모두 빠져 버리고 말았어요.


<휘청 쿠궁 데구르르르륵 대망이 아니라 폭망 폭염의 7월이 왔어요.>


  글을 별로 안 썼어요. 5월 말의 그 어느 날(흥.)로부터 7월 중순 즈음까지. 허니문에서 권태기로 바로 넘어가는(?) 브런치의 쓴맛과 매운맛이었어요. 제 마음을 정확히 표현해 주는 노래가 있었어요.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분명 머리로는 다 이해하고 있고, 그럴만한 상황도 문제도 깜냥도 아니고 누가 쓰라는 것도 아니고 쓰지 말라는 것도 아닌데, 글쎄 글이 안 써지더라는 겁니다요. 이게 뭐지. 서랍에는 분명 한 서른 꼭지쯤 늘 담겨 있는데 말이에요.

<아 편안하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도다. 원래 땅이 이렇게 안정감이 있었나? 훗.>


  데굴데굴 아무렇게나 굴러가던 7월 말쯤, 한동안 글이 뜸했음을 알아봐 주신 쨈작가님(꾸벅) 덕에 정신이 좀 들었어요. 역시 살이 쪄서 그런가 이제 혼자서는 일어나기 힘들어요. 더위를 먹어서 혼미한 가운데 반 장난으로 시작한 '딸을 위해 다시 쓰는 엄지공주'가 있었는데... 딸이 재밌다고 계속 쓰라고 채찍질을 찰싹찰싹해서 하루에 서너 편을 올리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성적표가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 어린왕자에 나오는 모자였나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었나 그렇게 생겼네요. 저는 이제 브런치의 'b'를 보면 '숫자'가 아닌 브친님들의 '이름'이 생각나는 경지에 도달하였습니다 움홧홧. 황금벌판을 보면서 어린왕자의 금빛 머릿결을 떠올리며 서로를 길들이고 서로에게 길들여져 가는 여우처럼 말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요. 브런치는 글을 쓰는 혼자만의 작업실도 아니고, 내 글의 순위와 숫자를 자랑하는 명예의 전당도 아니었어요. '글'이라는 플랫폼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였어요. (헉헉 갑자기 영어를 많이 쓰니 호흡 곤란이 와요.)


  그래서 쓰는 시간도 좋지만, 이제 읽는 시간도 좋아요. 라이킷과 댓글을 달며 공감하는 재미도 조금씩 쏠쏠하고, 공감해주시는 작가님들은 얼굴도 모르지만 사랑스러워요. 많은 형님 누나들께 삶의 지혜를 배우고, 때로는 말랐던 눈물이 나기도 해요. 


  그리고 갓난 브린이 시절 제게 댓글을 처음 달아주셨던 고마우신 진샤 작가님 글을 며칠 전에 열심히 읽다가 중요한 몇 줄을 놓쳐서 댓글에 실수를ㅠ(꾸벅 죄송해요.) 그래서 댓글 달기에도 나름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브공(내공)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불꽃같은 눈으로 읽고 주의 깊은 손꾸락으로 댓글을 달 것임이라. 브멘.


  브런치에 금전적인 요소가 과도하게 들어오지 않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기도 해요. 광고가 난무하고, 광고 글이 난무하게 되면, 이런 '맛(?)'은 아마 금방 없어지고 말 거예요. 글과 사람을 여러 잣대로 품평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그냥 너무 가볍지 않은 태도로 자기와 타인의 글과 삶을 존중하며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브런치가 나름 즐거운 놀이터인 것 같아요. 


  물론 저는 앞으로 공모전에 또 도전하고 또 떨어지고 또 권태기 운운하겠지마는요. 적어도 일단 지금만큼은. 성적표는 좍좍 찢어버리고 브친님들만 보며 가려고요. 조회수야 성적표야 안녕~ 나는 이제 조회수와 라이킷의 모든 속박과 굴레를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여러분도 모두 행복하세요~


  모처럼 시원한 토요일, 입추. 즐거운 브런치, 행복한 주말 되세용.


  P.S. ...까지 쓰고 어제 자려고 누웠는데 자꾸 띨롱띨롱해서 쳐다보니 이건 뭘까요? 


  왜 또 갑자기 장사가 잘 되는데에엨!! 알파고? 빅브라더?님이 서랍 속 글도 모니터 하시나 봐요. 브런치 음모론? 진짜 스펙터클해요. 호호호호호호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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