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소재로 '서울의 달(1994)'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쓰면 이 글에서 라임이 기가 막히지만, 노티 나서 안 쓸래요.)
달동네에는 '왕년에 잘 나가던 형님'도 계시고, '지금 잘 나가지만 아직 이사 갈 정도는 아닌(?) 누나'도 계세요. '힘들지만 하루하루 사는 아줌마, 아저씨'도 계시고, '서울의 달(아코 결국 썼다.)이 되어 언젠간 달동네를 떠나리라는 의지로 자기를 활활 불태우는 청년'도 있어요.
저는... 아마도 '짜장면을 먹고 싶은데 짬뽕을 시킨 아이' 정도쯤이에요. 글로 세상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당찬 사명 선언문이 있지만, 그럴만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요. (어느 정도 이바지할지를 안 적어서 다행이에요.) 뜨고 싶은 마음? 왜 없겠어요. 부질없다는 걸 알아도 그런 마음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그냥 이제 그 마음의 정체와 현실을 전보다 조금 더 알 뿐이예요.
별로 표현하지 않고 평범한 표현도 다 줄여 버리는 효율성의 시대, 브런치에는 여전히 '글'이라는 매체를 붙잡고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영상보다 글이 편한 사람들. 어찌 보면 촌스럽지만 달리 보면 시대를 초월하는 세련됨을 가진 분들이 계세요.
보여줄 수 있는 만큼 보여주는 것은 다른 SNS와 같겠지요. 그렇지만 다들 정제되고 성찰된 페르소나를 보여주기에, 내 그것을 조금 더 드러내거나 부딪혀도 아프지 않은 신비한 만남들이 생기는 라라랜드.
그래서 그냥 보이는 그대로 보아도 위험하지 않은 사람들의 동네. 그래서 달동네는 화장실도 같이 쓰고 담벼락도 없고 그래요. 대문 고장나도 안 고쳐요. 훔쳐 갈 것도 없잖아요ㅋㅋ
페이스북을 오래 한 편인데, 브런치에서 만나는 관계는 좀 더 밀도가 진해요. 다들 글 쓰는 분들 이어서 그런지, 삶의 호흡과 감성이 좀 더 가까이(깊이) 느껴져요. 그래서 브런치 글은 '게시물'이 아니라 '작품'인가 봐요.
며칠 전 시골에 갔다가 더워서 잠을 설쳤어요. 애들이 하도 발로 차서 차에 나와서 자다가 제가 없어져서 깜짝 놀란 아내에게 전화를 받았어요. 덕분에 둘이 로맨틱하게 (잠은 덜 깼지만) 시골의 달을 볼 수 있었어요.
<서울의 달 아니고 시골의 달. 쏴아~ 소리는 매미랑 계곡이에요.>
브런치의 '작품'들은 시골에 뜨는 달 같아요.
가로등도, 간판도 없는 논둑길에 달이 뜨면 생각보다 환해서 깜짝 놀랄 정도예요. 사실 항상 환할 필요는 없어요. 앞길을 구만리까지 비출 필요도 없지요.
내 앞의 한두 걸음만 비춰준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저는 책 읽을 여유가 솔직히 없어요. (프랭클리 스피킹, 시간이 없는 건 아니에요. 고 3 때도 그랬어요.) 평생 많이 읽는 편이었지만, 삶에 견고하게 새겨진 구김살과 넉넉하지 않은 마음 때문에 오래 책을 붙들고 앉아 있지 못해요. 언젠가는 그 구김살이 펴지기를 바라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래요.
브런치의 '작품'들은 그래서 좋아요. 읽을 수 있어요.
베스트셀러나 박사님이 쓴 글 아니면 어때요? 오늘 내가 읽고 행복하면 그만이에요.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가 낮으면 초라해 보인다고 하지만, 브런치의 '작품'들은 그렇지 않아요.
시골에서는 달도 태양만큼 빛날 수 있어요.
한두 사람의 앞길만 비춘다 해도 그 빛은 소중해요. 오늘 한 사람의 한 걸음을 구하는 일이 생명을 구하는 일이 될 수도 있어요.
오늘 그대의 작품도 그러해요.
<이 글은 브런치로부터 소정의 원고료 따위는 1도 받지 않고 작성되었습니다.>
P.S. 근데 왜 요새는 쓰는 글마다 브런치 홍보글 같지. 길을 잃었어요ㅋㅋ "나 돌아갈래!!"ㅋㅋ
이 글 저 글 끄적거리다가 오늘은 얘가 완성돼서 그냥 올립니다. 플랫폼에 대한 예찬이라기보다는 브친님들과 그 적당히 느슨하면서도 끈끈한(?) 커뮤니티와 작가님들의 빛나는 작품들에 대한 예찬이옵니당.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좀 오글오글하지만 어떤 작가님에게는 좋으실 수도 있을까 해서 그냥 썼어요. (어욱.) 사랑하는 브친님들 모두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