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구독자는 이름으로 늘어나고, 숫자로 줄어든다.
떠나가는 구독자님들을 향한 편지.
'○○○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
코로나로 집콕 라이프에 방구석 육아에 재택근무를 하며 잔뜩 시들어진 목마른 자존감에 반가운 빗소리예요. 누가 정기적으로 내 글을 받아보신다니, 황송하고 성은이 망극해요.
브런치 작가가 됐다니 주변에서 돈이 되냐고 많이 물으세요. 그렇지만 저는 돈보다 더 귀한 자존감을 선물로 주시는 구독자님들을 사랑합니다.
항간에는 착취당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저는 착취당해도 상관없어요. 착취 안 당해도 어차피 돈 되는 글을 쓰는 재주는 별로 없거든요. 원고료로는 자존감만 주셔도 계속 쓸 수 있어요.
더운 날 '딸에게 들려주는 엄지공주'를 쓴다고 덤볐어요. (사실은 뭐라도 돈 되는 글을 써볼까 싶기도 했어요.) 제가 잠자리에서 들려주는 출처와 족보가 마구 뒤섞인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저희 애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덤볐는데...
역시 소설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봐요. 엄지공주가 그렇게 긴 줄 전에는 몰랐어요. 사실 어렸을 때 제대로 안 읽어서 이번에 처음 읽었어요. 안(데르센) 형 죄송해요.
마지막에 엄지공주의 이름이 '마야'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거듭 죄송해요 안 형.
하루에 글을 3~4편쯤 올리니 몇몇 구독자님들이 떠나셨어요. 줄어든 숫자를 보며 별 생각을 다해 봅니다.
"알람이 자주 울려서 귀찮으셨나?"
"부부 얘기만 쓰다가 갑자기 동화를 쓰니 짜증 나셨나?"
그러다가 서글픈 사실을 알게 됐어요. 브런치 구독자는 이름으로 늘어나는데, 줄어들 때는 숫자로 알게 돼요. 그래서 누가 오셨는지는 아는데, 떠나시는 분은 몰라요. (천명이나 만 명쯤 되면 아예 모르실 듯ㅠ) 찾으려면 찾을 수야 있겠지만, 그것도 마음 아픈 일이네요.
소심한 관종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떠나신 구독자님들과의 분리 불안에 시달려요.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반가웠어요. 잠시라도 제 fan이 되어주셔서 감사했고요. 아마 이 글을 읽지는 못하시겠지만.
그래도 안녕히 지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