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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르미 Nov 23. 2021

코로나가 아내를 빼앗아갔다 (2)

대한민국에 캡틴 마블? 마더 테레사? 강림

  더 지켜볼 수가 없어서 제 아내가 직원 와이프에게 계속 전화 통화로 말했습니다.


  "병원에 가요. 애들은 내가 어떻게든 돌볼께. 그냥 무조건 죽겠다고 아프다고 나 좀 데려가 달라고 해요. 우리가 아무리 말해도 소용 없어. 본인이 하셔야 돼."

  "아니 어떻게 그래요... 제가 가면 애들은 어떻게 해요. 더 참아볼께요. 아까는 숨도 안 쉬어졌는데 지금은 아까보단 나아요."

  "(한숨) 밥은, 밥은 먹었어요? 애들은?"

  "아뇨, 입맛이 없어서 빈 속에 약만 먹고 있어요. 애들은 챙겨줘야죠."

  "죽 배달시켜줄께. 있어봐요."


  이런 느낌의 대화가 3일 정도 여러 번 오가는 동안 상태는 점점 안 좋아졌고, 일단 보호자가 있을 때 아이들과 함께 생활치료센터로라도 가야 했는데, 보호자에게 증상이 생겨버려서 그것도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재택치료팀이나 의료진 어디에 전화를 해도 방법을 찾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그것도 남겨질 아이들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었습니다. 물론 매뉴얼이 없으니 이 분들만 돌보는 게 아닌 보건당국과 의료진의 상황을 이해합니다.


  결국 제 아내를 보호자로 지정하고 나서야 일이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위중증 환자들이 거주했고, 마스크도 잘 쓰지 않고 아직 기저귀를 차는 막내가 여전히 사는 주택에 방역 조치 없이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와 마찬가지여서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강하게(?) 부탁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없던 자리가 생기는 기적(?)이 발생했습니다. 보호자 괜찮을 때는 자리가 없었는데, 보호자가 위독해서 병원에 실려가게 되니 자리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저희에게는 이런 서약서를 주더라고요.

<인간미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신청동의서>

  그 사이 아내는 아이들이 홀로 남게 될 경우를 대비해 비상 연락을 할 수 있도록 휴대폰을 개통해서 가져다 집 앞에 두고 왔고, 신청동의서는 제가 받게 되었습니다.

 

  "여보, 아이들이 먼저 퇴소하고, 당신이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는다고 해도 추가로 자가 격리를 해야 되네? 최소 25일 정도 애들도 나도 못 보는데 괜찮겠어? 다음달 5일에 현민이 생일이잖아."

  "어, 그런 내용이야? 몰라. 일단 엄마부터 살려야지."

  "어, 그리고 감염돼도 어쩔 수 없다는데? 그리고 애들 먼저 나오게 되고 그때까지 보호자들이 낫지 않으면 우리가 보호자 마련하는 걸 책임지라는데? 나올 때 검사 비용은 우리가 내래. 돈이야 얼마 하겠냐마는..."

   "몰라. 일단 사람부터 살려. 애들 어떻게 해. 그럼. 나랏님이 배째라는데."


  그렇게 아내는 쿨하게 싸인을 하고 타노스를 물리치러 하늘에서 내려온 캡틴 마블과 같은 포스로 입소 준비를 하게 됩니다. 담당 주무관님은 급박한 상황에서 절차에 따라 최선을 다해주시기는 했지만, 저희로서는 중간에 섭섭함이 없을 수는 없었습니다. 


  저희 부부도 둘 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고, 아내는 대학원 학기 중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내는 직장과 학교를 잠시 관두고(?) 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현장으로 갑니다. 저희 회사는 지금 직원 두 분이 치료 및 격리 상태라 쏟아지는 업무를 제가 10살 6살 아이를 돌보며 재택으로 소화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찌 보면 생면부지의 남을 위해 말도 안되는 결정을 한 것이지요.


  당연히 저희 부모님들은 상황을 이해는 하시겠지만, 아내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런 결정을 좋아하실리도 없고요. 처가에는 아직 말도 못 꺼냈습니다.


  "저희가 같이 입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이런 경우 아무 대책이 없나요?"

  "아니, △△△님이 ○○○님을 보호자로 지정하셨잖아요? 동의하신 것 맞으시죠?"

  "네. 그냥 여쭤보는 거에요."

  "네, 같이 입소하지 않으시면 다시 △△△님이 다른 보호자를 알아보셔야 합니다."

  "(아니 맡길 사람이 없어서 이 지경까지 왔고... 정신이 왔다갔다 할 정도로 위중한 사람이 갓난아기 포함 애들 셋 두고 들어가는 것도 힘들텐데... 좀 일찍 생활치료센터에 자리만 마련해줬어도 훨씬 쉬웠을텐데... 이게 말이야 방귀야.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넘어왔으나 하지 못함.) 네, 알겠습니다. 애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당연히 '네가 들어오지 않으면 어떻게 되든 우린 몰라.'라는 식의 행정에 마음이 상하기는 했지만, 저희가 싸인을 한 후에야 직원 와이프는 응급실로 이송되었습니다. 그리고 세 아이들만 집에 남았습니다. 아이들만 오래 둘 수 없어서 마더 테레사는 새벽부터 하루 종일 이 일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결국 저녁 식사도 못하고 한달쯤 지낼 옷가지와 들어가서 업무를 볼 노트북과 모니터, 자료 등을 대충 싸서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다 버리고 와야 한대서 이런 가방에 쌌는데... 이후에 후회하게 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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