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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르미 Nov 23. 2021

코로나가 아내를 빼앗아갔다 (1)

방역 당국에 건의합니다. 물론 닿지 않겠지만.

  열흘 전 회사 직원이 코로나 양성 확진되었습니다. 휴일에 암 치료 중이신 홀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 왔는데 어머님이 이미 감염 상태였던 것입니다. 죽을 죄라도 지은 듯 죄송하다며 전화가 왔는데, 이미 일어난 일은 일이고, 수습은 제 몫이라 잘 치료하라고 달래고 제 일을 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주중에 제가 직원들을 만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혹시라도 있을 위험에 대비해서 회의는 거의 생략하거나 화상으로 하고 있었고, 각자 업무를 보고 톡이나 메일로 주고 받는 시스템이었기에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직원 한 분은 밀접 접촉자로 격리가 시작되었고, 동시간대 건물에 출입했던 몇 분들도 검사를 받았고, 주중에 출근하지 않았던 다른 직원들과 저도 모두 시간차를 두고 두번 이상 검사를 받았습니다. 다행히도 모두 음성이었습니다.


  당연히 회사의 영업에 지장이 생겼습니다만, 그 이전에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가 달렸으니 돈은 그 다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태가 급박해진 것은 그 직원의 가족들, 배우자와 자녀 세 명이 모두 양성 판정을 받은 후부터입니다. 그리고 직원은 폐 상태가 급격하게 안 좋아져서 중환자실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병원도 동탄에 있는 상급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저 중환자실로 들어갑니다. 기도삽관을 해야 한다는데 시술을 하면 수면 마취 상태로 있어야 해서 연락을 못 드릴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연락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울면서 전화가 왔는데, 제게는 '저 죽을지도 모르니 염치 없지만 처자식을 부탁드립니다.'로 들려서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픈 어머니, 아내와 아이들을 놓아두고 의식 없이 지내야 하니 그 마음이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직원 와이프가 열이 40도까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내외 모두 사고무친이라 도울 사람도 없는 상태에서 남편 없이 세 아이(9,7,2세)를 돌보느라 지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문의해도 위중증 환자가 많다는 이유로, 엄마는 병원에서 받아줄 수 있지만 경증인 아이들은 함께 받아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엄마가 응급 상황이 생기면 양성인 세 아이들이 집에 유기 방치될 수밖에 없기에, 우선 밥이라도 주는 생활치료센터라도 들어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백방으로 알아보았지만, 본인이 처음에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후순위로 밀려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엄마 심리상태가 불안하셔서 몸 상태가 안 좋다고 느끼시는 거지, 바이탈은 이상 없어요. 자꾸 여기저기 전화하셔서 그렇잖아도 바쁜데 더 힘들게 하지 마세요.'라는 담당 직원분의 말은 야속하게까지 들렸습니다.


  의지할 데 없는 분들(혼자서 어린 아이를 돌보시는 편부모, 조손 가정 등)은 어쩔 수 없이 애들 끌어안고 집에서 버티다가 죽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이 엄마도 상태가 안 좋은데 애들을 맡길 데가 없으니 집에서 끝까지 버틴 것이었구요. 보건 당국과 의료팀에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엄마가 응급 상황이 되면 확진된 아이들만 남게 되는데 가족도 친척도 아무도 없어서 도와줄 수가 없다고, 있어도 들어갈 사람이 없다고, 빨리 조치해 달라고 진상도 부려 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만약 위독해지시면 상황에 맞게 대처할겁니다. 그보다 더 어려운 분들도 많은데 자꾸 무리하게 요구하지 마세요."였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전혀 없는 것에 대해 기가 찼습니다. 아동학대니 뭐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시대에 부모 모두 위중증이어서 확진된 아이들만 돌보는 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없다니.


  그리고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우려하던 상황이 되었습니다. 애기 엄마가 호흡 곤란과 섬망 증상을 보이며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의 상태까지 된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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