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을 위해 떠난 가족 여행. 그러나 마지막 날은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날이 될 수도 있어요. 여행 마지막 날에 사는 악마가 있거든요. 그 악마에게 속아 넘어가면 마지막 날에 모두 화만 내다 올 수도 있어요.
어린 자녀들을 동반한 여행의 마지막 날에 보통 벌어지는 일이에요. 축제를 계속하려는 자들(?)과 축제의 뒷정리를 해야 하는 자들(?)의 신경전이 벌어져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온 가족을 예민하게 해요. 평소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아이들의 말썽에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지고 짜증이 솟구쳐요.
그때 아이들 입장에서는 여행 내내 천사 같던 부모가 갑자기 아수라 백작으로 변신한 수준의 갭을 느껴요. 사실 그렇다잖아요. 사람은 아홉 번 잘해준 것보다 한번 못해준 것을 더 잘 기억해요. 마지막 날에 사는 악마와 싸워 이기려면 가족들이 모두 힘을 합해야 해요.
가장 좋은 무기는 대화예요. 마지막 밤 또는 떠나는 날 아침을 이용해서 온 가족이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서 대화를 나누어요. 마지막 날에 아빠 엄마가 예민해질 수도 있는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어요. 왜 마지막 날에는 서로 조심해야 하는지를 차분히 설득해요. 여행의 즐거움을 복기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부담감도 아이들과 솔직하게 나누어요.
'에이~ 애들이 뭘 알아듣겠어요? 놀기 바쁘지.'
다 알아듣지는 못해도, 부모가 자기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대화 내지는 상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큰 선물이에요. 그리고 겉으로는 똑같아 보여도, 미리 대화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게 달라져요. 원래 대비하지 못하고 갑자기 맞을 때 더 아프잖아요.
두 번째 무기는 이동하는 시간에 대한 준비와 계획이에요. 보통은 목적지를 정하고 차례대로 여행하는데, 여행은 원래 목적지와 목적지 사이의 길, 과정이 더 중요한 법 아니겠어요?
마지막 날 오는 길의 피곤함이 예상된다면, 아이들용 헤드폰과 1~2시간 정도의 좋은 영화(만화)를 미리 준비해주는 것도 방법이에요. 대신 여행 중에는 영상 시청을 최대한 자제하고, 마지막 날 돌아오는 길의 즐거움으로 미루어요.
즐거운 만화 타임은 부부에게는 대화 타임이에요. 그 시간만큼은 여행 내내 수고한 내 사랑에게 서로 칭찬과 격려를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요.
사실 여행을 자주 하는 가족들은 이미 다 아시는 내용일 거예요. 모든 가족들에게 여행과 일상의 차이가 줄어든다면 가장 좋겠어요. 여행하듯 살고, 여행이 일상이 될 수 있다면.
휴가를 떠나시는 가족들, 휴가 중에 있는 가족들, 여행에서 돌아오시는 가족들 모두 안전하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여행 마지막 날에 사는 악마야, 이 글을 읽는 모든 가족들에게서 물러가라. 브멘ㅋㅋ. 참 이제 별걸 다해요ㅋㅋ. 즐거운 휴가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