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by YJ

6개월이 지났다.


병현은 오늘도 벤치에 앉아 있었다.


놀이터는 여전히 시끄러웠다.
그네가 삐걱 올라갔다 내려왔고,
모래 위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녔다.


미끄럼틀 가장 위에 우진이, 민준이, 서한이가 같이 서 있었다.


우진이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여기서 뛰어보자.”


민준이가 바로 말했다.


“야… 높다.”


셋이 동시에 아래를 봤다.
아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아 보였다.


우진이가 먼저 뛰었다.


착.


조금 흔들렸지만 금방 균형을 잡았다.


“괜찮잖아.”


민준이는 난간을 잡은 채 서 있었다.


“난… 그냥 내려갈래.”


그리고 그대로 돌아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갔다.


위에 남은 건 서한이었다.


아래를 한 번 더 봤다.


우진이가 아래에서 소리쳤다.


“할 수 있어.”


서한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숨을 한 번 들이마셨다.


그리고 뛰었다.


착.


발이 닿는 순간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무릎이 굽혀졌다.


그대로 멈췄다.
움직이지 않았다.


놀이터 소리가
잠깐 멎은 것 같았다.


벤치 위에서
병현이 난간을 잡았다.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그때,


서한이가 고개를 들었다.
웃었다.


그리고 크게 말했다.


“괜찮아!”


우진이가 다가와 등을 툭 쳤다.


“야! 귀 아파!”


민준이가 웃었다.


“왜 그렇게 크게 말해.”


서한이는 웃기만 했다.


잠깐 벤치 쪽을 봤다.
병현은 이미 다시 앉아 있었다.


서한은 돌아섰다.
셋이 같이 모래 위를 뛰어갔다.


벤치는 그대로였다.





며칠 뒤였다.


해가 기울 무렵,
서한이는 엄마와 나란히 걷고 있었다.


예전처럼 손을 먼저 잡지 않았다.
엄마도 억지로 잡지 않았다.


아파트 입구를 지날 때였다.

서한이가 잠깐 걸음을 늦췄다.

그리고 손을 들었다.

작게.


엄마가 옆에서 물었다.


“서한아.”


“네.”


“누구한테 인사한 거야?”


서한이는 손을 내렸다.
잠깐 멈췄다가 말했다.


“…그냥요.”


엄마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손을 잡았다.


이번엔 서한이 먼저 빼지 않았다.


둘은 다시 걸었다.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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