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써니' 그 찬란한 순간

어린 시절의 나를 위로하는 영화

by 흰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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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TV를 보다가 마침 영화 ‘써니’가 시작하고 있길래 보게 되었다. 잠깐만 보다가 잘 생각이었는데, 보다 보니 한 장면 한 장면 놓치기 싫어서 화장실 가는 것도 참고 보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이 영화를 볼 때마다 가슴이 울리고 마음이 먹먹하다.


이 영화의 내용은 전학생인 ‘나미’가 진덕여고의 6공주의 새로운 맴버가 되면서 7공주인 ‘써니’가 되어 가는 이야기와, 25년 후에 ‘나미’가 ‘써니’ 멤버인 ‘춘화’를 우연히 만나면서 헤어졌던 멤버들을 한 명씩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 있다.


처음 이 영화를 볼 때는 영화관에서 봤었는데, 나미한테 너무 몰입해서 첫사랑을 뺏어간 수지가 은근히 미웠고, 항상 나미를 챙겨주는 춘화가 멋있었다. 두 번째 봤을 때도 춘화는 여전히 멋있었고, 과거에 써니 멤버들이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비디오와 막상 25년 후의 모습이 달라진 것을 보면서 내가 옛날에 꿨던 꿈은 무엇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보았던 것 같다.


오늘 이 영화를 볼 때는 마지막에 춘화의 영정사진 앞에서 5명이 춤출 때 갑자기 눈물이 났다. 오래된 친구를 떠나 보내고 그 앞에서 친구의 마지막 소원인, 고등학교 때 미처 못 춘 춤을 추는 심정을 어땠을까 생각했다. 사실 그 장면에서 배우들은 즐거워하면서 웃으며 추었지만 나는 계속 마음 한 켠이 아팠다.


나한테도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도 고등학교 친구들이다. 고등학교 때 나는 전학생은 아니었지만 나미처럼 불안정한 시기가 있었다. 고등학교 1, 2학년을 함께 어울려서 놀았던 친구가 갑자기 나한테 절교 선언을 했었다. 지금 와서는 그 친구도 이해가 되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당황스러웠고, 긴 절교 문자에 알겠다고 답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친하다고 생각했던 같은 반 다른 그룹에 들어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함께 밥 먹으러 가고 이동 수업 할 때는 이동하려고 했는데, 그 그룹에서 나랑 안 친했던 한 명이 나를 따로 불러서 같이 어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다음 그룹에서도 그 중 나랑 안 친했던 한 명이 나를 불러서 오늘 저녁 같이 먹기로 했는데 그 때 나는 안 왔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같이 어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그 때 마음이 많이 방황했던 것 같다. 나는 어느 그룹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해졌고, 나는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에 대해 계속 자책하고, 자기 파괴적인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여러 그룹에 거절 당하고 나니,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아마 이 사람도 나를 거절할거라고 생각하며 다른 반 친구에게 가서, 혹시 내일부터 같이 밥 먹으러 가도 되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너무 순순히 알겠다고 대답해주고 같은 멤버 다른 친구들도 별말 하지 않고 나를 받아주었다. 그 때 누구 한명이라도 나를 싫어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너무 불안해서 모든 멤버를 각각 다 찾아가서 혹시 같이 밥 먹어도 되냐고 물어봤던 것 같다. 사실 다른 반이어서 수업이 다르게 끝날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혼자 밥 먹으러 가는게 너무 무서워서 그 반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 때마다 나를 데리러 와주는 친구가 있었는데 아직도 항상 고맙다. 사실 그 친구들에게 말하지 못했지만, 그 친구들하고 어울릴 때도 혹시 이러다가 나를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계속 떨었던 것 같다. 그래서 조용히 있어 보기도 하고, 갑자기 오버하기도 하면서 이 그룹에 내가 섞여 들어갈 수 있을까 매일 고민했다. 그런데 졸업할 때까지 나한테 앞으로 같이 밥 안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멤버는 한 명도 없었다. 나한테 별명도 지어주었고, 다음 학년이 되었을 때는 다행히 같은 반이 되면서 더 편하게 어울려서 놀 수 있었다. 그 친구들하고는 아직도 연락하고 1년에 한번씩 만나고 있다. 얼마 전에도 모여서 놀았는데, 너무 편하고 좋았다. 내 고등학교 시절은 처음으로 절교를 경험했고, 그 이후로 상처도 받았었지만, 또 그 상처를 덮을 정도로 소중한 평생 갈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난 때이다.


고등학교 이후에 대학교에 갔을 때,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렸을 때도 나는 한번씩 버림 받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일 때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안 되어서 그랬는지 그 두려움이 더 컸다. 사실 고등학교 때 친구들하고도 대입을 준비하면서 멀어져서 서로 자주 만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만 보다 보니깐, 내가 바빠서 모임에 함께 하지 못하면 이제부터 멤버에서 제외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컸다. 그래서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모임에 가려고 했고, 피치 못하게 못 가게 되면 다시 버림받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다. 다음에는 함께하자고 웃고, 내가 바쁘면 소그룹으로 해서 보자고 연락하기도 하고, 내가 바쁜걸 이해해주는 너무 좋은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도 한결 같은 친구들이었다. 대학교 때 그리고 졸업 이후 어울리게 된 사람들 중에는 ‘넌 맨날 바쁘다고 이야기 하잖아.’라고 하면서 모임에서 나를 배제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때는 그럴 때마다 상처받고 자책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이후 고등학교 친구들이 나한테 친구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면서 이제는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진짜 친구들은 내 바쁨을 이해해주었고, 나를 기다려주었다. 언젠가 본 법정 스님의 말처럼 그 사람들은 시절 인연이었고, 그 중 떠나갈 인연이었던 거다.


써니를 보면 첫사랑의 아픔에 나미가 울 때 어른 나미가 가서 안아주는 장면이 있다. 나는 아직도 그 때 시절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나지만, 그 때 나를 만난다면 괜찮다고 말하면서 안아줄 수 있을 것 같다. 그 사람들은 다 시절 인연이라고, 너한테 더 오래 가고 좋은 인연이 나타날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고등학교 때 너무 힘들었던 그 때, 이 사람들은 나를 또 거절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용기내 말을 걸었던 어렸던 나 자신과, 그런 나를 스스럼없이 받아준 친구들이 나는 항상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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