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의 찬란한 비행
매번 발견할 때마다 읽는 '갈매기의 꿈' 이다.
1988년에 발행된 거라서, 이제는 이 책은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예전에는 알지 못했는데, 다시 보니 오번역도 많고 오타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나에게 주는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았다. 또한 이 책의 장점은 중간에 갈매기의 실제 그림이 나타나는데, 조나단이 혼자 있을 때는 혼자 있는 갈매기의 사진이, 다른 갈매기들과 만났을 때는 여러 마리의 갈매기가 함께 비상하는 장면이 있어서 실제로 조나단과 함께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을 때는 항상 두 부분에서 멈추게 된다.
처음에는, 조나단이 혼자 비행 연습을 하다가 큰 실패를 맛보아서 다시 평범한 갈매기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했을 때이다. 이 때, 조나단의 마음 속 목소리는 이런 비행은 갈매기가 하는 것이 아니라 올빼미나 매가 하는 것이라고, 다시 평범한 갈매기로 돌아가라고 계속 속삭인다. 본성에서 허락된 것이 아니라고 한계 짓는 말이었는데, 조나단은 오히려 이 말에서 힌트를 얻어서 다시 비행 연습을 하러 돌아가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를 제한하는 여러 외부 요인에 부딪히게 된다. 그런데 이런 외부 요인뿐만 아니라, 내 마음 속에서 나를 흔드는 소리가 더 이겨내기 힘든 것 같다. 외부 소리는 귀를 닫고 외면할 수 있지만, 내 마음의 소리는 외면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 목소리에 귀기울이면서 나 자신을 의심하고 한계짓다보면 다음 걸음을 내딛기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나와 한 가지 다짐을 했었다. 어차피 나 자신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므로, 다른 사람이 다 믿지 않아도 나만큼은 나를 믿겠다는 다짐이었다. 내 부족한 점도 알고, 내 좋은 점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 자신이 스스로를 믿고 응원해주지 않는다면, 나를 잘 모르는 타인이 어떻게 나를 믿을 수 있겠는가 라는 생각에서 나온 다짐이었다. 2026년 새해를 맞아서 다시 한번 더 같은 다짐을 하게 된다.
두 번째는, 조나단이 다시 돌아와서 플레처를 만났을 때이다. 플레처에게 비행에 진심이냐고 물은 다음에 바로 "그럼 수평비행부터 시작하자!"라고 말하는데, 마치 유망한 대학원생을 만난 교수님이 신나서 낚아올리는 기분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이 장면은 플레처가 후에 조나단이 떠난 후 자신의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다시 되풀이된다. 그리고 그 말을 하면서 플레처는 조나단을 이해하게 되고, 다시 만나기를 소원하면서 이 소설이 끝나게 된다. 그 전까지 플레처는 조나단이 특별한 갈매기라고 생각했는데, 조나단이 도달한 경지는 평범한 갈매기도 같은 목표를 가진다면 도달할 수 있는 성취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실 어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우리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그냥 하는 것"이다. 조나단도 무리에서 추방당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깨달음에 대한 목표로 나아가다보니 어느새 그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결국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행동은 생각보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사소한 행동들이다. 그리고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서 나의 성취로 이어지는 것이다.
새해가 되어서 새롭게 계획을 세우면서, 지난 해의 목표를 돌아보았다. 어느 정도 이룬 것도 있고 이런 목표가 있었나 생각했던 목표도 있었다. 그리고 올해 목표를 세우면서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거창한 목표도 사소한 것으로 나누어서 다시 목표를 만들었다. 계획을 너무 크게 잡으면 너무 큰 벽을 앞에 둔 것 같아서 오히려 외면하게 되는데, 계획을 작게 잡았더니 조그만 턱 같은 느낌이어서 이 정도면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읽으면서 새롭게 다시 읽었던 부분은, 조나단이 새로운 하늘로 가고 나서 왜 하늘에 도달했는데 다시 피로한지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그러한 하늘은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오직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 성취가 있는 것이고 그 성취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갈매기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러면서 시간과 공간에서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래서 더 옛 세계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어디에 있던지 내가 바라는 성취에 도달하고자 항상 노력한다면 어디에 있던지 상관없는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조나단이 원하는 성취는 단순히 혼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갈매기들도 모두 꿈을 꾸고 그 꿈에 도달하도록 도우는 것이었을 것 같다.
이렇게 책은 내가 처한 상황이나, 나이가 들면서 새롭게 읽어지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책을 한번 읽으면 일부러 한동안 그 책은 멀리했다가 내용을 잊어버릴 때쯤 다시 읽고는 한다.
올해의 시작은 이렇게 '갈매기의 꿈'으로 열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