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밤의 행복
월요일을 잘 버텨낸 당신에게
월요일 밤,
일을 끝내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씻은 후
나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5분만 더 일해야지.
딱 5분만...
힘겹게 힘겹게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나니
이번에는 핸드폰 차례.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유칼립투스 향초를 켜고
얼른 거실 불을 껐다
그래도 뭔가 허전한 게
무엇이 빠진 걸까?
고민하다가 발코니 창문을
활짝 여니
차가운 밤바람이
위이잉 밀려들어온다
차가운 바람은
시원한 인사를 건넨다
얼굴아 안녕? 오늘도 고생했어.
눈도 고생 많았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 대신
대표 노릇하느라 고생 많았다.
그래, 입과 귀야.
너희도 고생 많았어.
말하고 싶은 욕구를 잘 삼킨 입!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들어준 귀!
둘 다 맡은 역할들을
아주 충실히 해내었구나!
그래도 제일 고생한 건 목, 너다
하루 종일 환자들에게 얘기하느라
때론 상냥하게 때론 확고하게
따뜻한 소리를 내줘서 참 고맙다.
차가운 밤바람은
하나하나 쓰다듬어준다
모두가 참 고생 많았다
덕분에 월요일을 무사히 마쳤구나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이
훌륭한 구성원들이로구나!
그래. 내 얼굴엔 참 훌륭한
구성원들이 모여 살고 있었는데
이런 중대한 사실을 자주 까먹어서 미안하구나
앞으로는 더 소중히 대해줄게
차가운 밤바람도 가끔 쐬주고 말이야
문득 지난여름 다녀온
아름다운 밤바다가 떠올랐다
칠흑 속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온몸으로 느껴졌던 시원한 바닷바람,
바다 냄새, 그리고 파도 소리
눈을 감고 그 밤바다를 바라본다
철썩철썩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마음이 시원해진다
다시 눈을 떠보니 바람에
향초의 불꽃들이 춤을 추고 있다
그 불꽃들을 바라보자니
나도 어느새 바람 속에서
춤을 추고 있다
흐느적흐느적
헛둘헛둘
이햡이햡
월요일 밤,
차가운 밤바람,
그리고 향초 하나로
나는 여행을 떠난다
행복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