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

by 이제은



마음이

복잡복잡하거나

울적울적할때는

마음속에

꽁꽁 언 감정들이

고드름처럼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어떤 고드름 안에는

슬픔이 얼려있고

눈물방울처럼

투명하다


또 어떤 고드름 안에는

걱정이 얼려있고

어두운 한 밤처럼

새까맣다


그 옆의 고드름 안에는

화도 얼려있는데

부글부글

용암처럼

검붉다


마음에도

계절이

수시로 바뀌지만

고드름들은

항상 렁주렁

매달려있다


내 마음속

고드름들 안에

꽁꽁 얼려있는

그 감정들은

평상시에는

조용히

잠들어 있다


그러다가

한 번씩

하고

챙그랑

하며

부서진다

조각조각


어느새

마음이

슬픔과

걱정과

화로

물든다


곧 내 얼굴에도

내 목소리에도

묻어난다

나의 감정들이

그대로


그런 나의 얼굴과

나의 목소리를

보고 듣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아닌데...

이건 내가 원하던 게

아닌데...

난 그저 잘하려고

잘해보려고 한 건데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이 와중에

검붉은 감정은

아우성친다

"네 잘못이 아니야!

상대방이 잘못한 거야"


어느 순간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 건지

알 수 없다

아니,

처음부터

이 관계 속에

옳고 그름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관계가

어려운 이유는

너무 많은 것들이

서로 얽히고 엮여서

너와 나를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너와 나의 감정들을

구분하기 어려워져서가 아닐까


우리의 감정들은

우리 각자의 몫인데

어느새 우리는

서로에게

서로의 감정들을

쏟아붓고 있는 게 아닐까


알아달라고

내 마음이 이렇게

슬프고

걱정스럽고

화가 나서

속상하다고


아닌데...

이건 내가 원하던 게

아닌데..

후회로 물든다

나를 감싼 모든 것이

잿빛 회색으로


오랜 시간 함께 한

너에게

너라서

당연히 괜찮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어.


오랜 시간 함께 한

너에게

너라서

더욱 소중하게

세심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사실 내게 필요했던 것은

내 마음속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들을

녹여 없애 줄

너의 따뜻한 한마디

따스한 포옹이었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알았지

수시로 변하는

내 마음속 계절들 속에서

결국 너는 언제나

따스한 태양이라는 것을


우리가 앞으로

함께 살아갈

남은 날들 속에서도

부디 내 마음의

따스한 태양으로

함께 해주기를


나 또한 너의 마음에

태양이 될 수 있도록

내가 먼저

노력해야겠다

오늘도 내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