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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은 Mar 28. 2021

내가 꿈꾸는 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는 류시화 시인이다. 읽기 쉬운 마음에 와 닿는 글. 


또 쌀밥처럼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담백한 글.
몇 번을 읽고 또 읽어도 그때마다 신선하다. 살아있는 글이다.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글이다. 어느 누구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으며 원하고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지 새롭게 읽을 수 있는 글. 어떤 이가 읽음으로 그 안에서 생명을 얻어 재탄생되어 그의 삶 안에 융화되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실제로 나는 류시화  시인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참 많이 읽고 또 읽었는데 신기하게도 읽을 때마다 새롭다. 처음 읽은 것은 아마도 내가 십 대였을 것이다. 심심해서 서재에 꽂힌 책들을 탐색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이 책을 나는 여전히 사랑한다. 내가 힘들 때마다 내 마음의 위로와 용기가 되어준 소중한 이야기들. 눈을 감으면 그 이야기들 하나하나의 인물들이 눈 앞에 그려지고 저마다 한 마디씩 하려고 하는 것 같아 금세 나를 미소 짓게 만든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인물들은 얼핏 보면 (혹은 세상 잣대로 보면) 어수룩하고 바보같아보일지 언정 그 인물들을 바라보는 류시화 시인의 특유의 삶과 본질을 통찰하는 날카로움과 그 인물들 한 명 한 명을 보듬고 품어내는 거인 같은 관대로움, 그리고 일상의 아주 사소한 일들 (만남, 헤어짐, 화남, 슬픔)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 등.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엄청난 시련을 이겨내고 승리하고 마지막에 해피엔딩이 아닌 그저 일상에서 일어날 법, 사실 인도 명상 여행을 일상이라고 표현하기 힘들지만, 한 일들을 소중히 여기는 류시화  시인의 자세가 나를 매우 매료시켰다. 


불교에서 주로 말하는 작은 생명체조차 소중히 여겨야 한다 라는 가르침인가. 항상 큰 게 좋은 것, 그러니 이왕 극복하는 시련이나 고통도 크면 클수록 그것을 이겨내는 이겨내는 이가 더 대단해 보이는 것, 또 내심 이겨내는 게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점들은 어쩌면 할리우드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폐해일지도 모른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오늘의 생각: 내 일상을 명상여행으로 만들어버리면 나도 류시화 시인처럼 살아있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ps. 그러므로 오늘 저녁은 인도 카레를 먹는 게 어떻냐고 J에게 말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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