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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은 Mar 30. 2021

아무도 진실 따윈 관심 없다


예전에 알던 현명한 지인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항상 말하곤 했었다. "아무도 진실 따위엔 관심 없어ㅎ" 그저 어떠한 것(사람, 이야기)에 대하여 너도나도 한 마디씩 하며 말을 하는 것에 사람들은 관심이 있다. 수다가 목적인 것. 결국 진실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고 그저 말과 말들이 모여서 더 자극적이고 흥미롭고 재미있는 말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도 가끔 이런 수다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처음에 시작했던 말과는 정말 동떨어진 주제의 이야기들을 신나서 듣고 나도 얘기하는 일들이 많이 있다 (대부분 J와 함께) 이런 이야기들은 맛깔나다. 조미료가 팍팍 첨가된 엄청 중독성 있는 가공식품 맛이랄까. 딱히 별 맛은 없지만 건강해서 (혹은 내 머리가 건강하다고 생각해서) 많은 경우 의무적으로 먹는 브로콜리 같은 맛이 아닌 자극적이고 맛있는, 그래서 몇 번이고 먹을 수 있는 치킨 (혹은 좋아하는 패스트푸드) 같은 맛.  


예전에 들은 동물 행동학 (Animal behavior) 수업에서 기억하기를 동물들은 위험한 정보 같은 것을 서로 나눠서 생존율을 높여 왔다. (예로 들면 동물들이 적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소리를 내는 일) 인간도 어떤 조직이나 단체에 들어가서 대화 혹은 수다를 통해 정보를 얻고 교환함으로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신의 생존율(지위, 돈)을 높이는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해서 그 사람에 대한 말을 하는 것. 누군가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고 해서 나에 대해서 험담을 하는 것은 정말 싫고 불쾌한 일이다. 하지만 과연 나는 완전무결 결백할까? 악의 없이, 그냥 한번 한 말. 진실 따윈 상관없이 자극적이고 흥미롭게, 나도 내가 속한 그룹 혹은 단체에서 나름 재치 있게 한마디 따악 하고 싶어서. 그랬던 경우가 많다. 아마 내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난 꽤 많은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내가 한 말이 그 상대방에게 전달되었든 안되었든 간에 그런 말을 한 자체에 나는 부끄러움이 든다.


항상 내가 받았던 상처들만 생각하면서 나만 상처 받았다 라고 내 위주로만 생각하며 사는 게 사실 편하다. 괜히 부끄러움을 느끼며 기분이 안 좋을 이유가 있어야 하나? 혹은 나만 그래? 다들 그러는데 왜 나만 성인군자(까지는 아니지만)처럼 당하기만 하면서 살아야 돼?라는 조금은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다. 너와 나 혹은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은 안 보는데/안 듣는데, 내가 이렇게 말한 거 당사자는 몰라, 또 알면 뭐 어쩔 건데’라는 식의 생각들. 막상 적어보니 참 위험한 생각들이네. 쓰면서도 마음 한편이 참 씁쓸한고 떫은 게 기분이 좋지 않아 졌다. 분명 내 입으로 말하고 상대방이 맞장구치고 신나서 수다를 떠는 순간이 지나면 급격히 몰려오는 불안감, 초조함, 찝찝함등등. 한마디로 기분이 좋지 않아 진다.  나는 왜 스스로의 기분을 안 좋게 만드는 일들을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멈추고 나아질 수 있을까? 과연 가능할까?


최근에 읽은 어떤 책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누군가를 험담하고 싶은 유혹을 참아라. 옆에서 누가 험담을 하고 당신을 유혹할지라도 침묵으로 유지해라. 그러면 그 후에 당신은 괜히 말했다는 후회나 했던 말에 대한 불안감과 초조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말하고 싶은 그 순간 그 욕구를 어렵겠지만 참고 나면 내가 얻을 수 있는 자유로움. 마치 날아갈 수 있는 그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 글을 통해 나는 용기를 내어보려 한다. 그동안 내가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한다. 한편으로는 나 또한 내 안에 말로 받은 상처들을 보듬어주고 어루만져주어 낫게끔 하고 싶다. 이렇게 서로 진심을 나누고 진실하게 대화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이 사회 속에서 우리들의 진정한 행복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이 아닐까?


물론 처음에는 어렵고 기분이 나쁘거나 혹은 괴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 마주하는 용기를 내지 않는다면 우린 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우리 한 명 한 명 스스로가 나의 말과 행동에 책임감을 갖고 동시에 내가 받은 상처들을 외면하지 않고 제대로 마주한다면 분명 세상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될 것을 나는 믿는다. 설령 아주 아주 조금 나아지는 것이라도. 그래서 나는 나의 현명한 지인의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아무도(Nobody) 진실 따윈 관심 없다


나는 지금껏 나 스스로를 그 아무도(Nobody)라는 그룹에 넣어놨지만 이젠 당당히 그 그룹에 속하지 않겠다. 우리가 그 아무도(Nobody)  그룹에 속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노력한다면 그리고 become somebody, 어떠 누군가가 되려고 한다면, 다시 한번 말하지만 분명 세상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될 것을 나는 믿는다.



추천곡: 내 동생 J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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