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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은 Mar 30. 2021

하늘은 변덕쟁이


어느 날 나는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할까? 확실히 내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들 중 하늘을 찍은 사진들이 유난히 많았다. 그것도 매번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거의 비슷한 각도로 찍은 하늘 사진들. 흡사 남몰래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길 매번 똑같은 장소에서 기다리는 설레는 소녀의 마음, 또는 어떤 스타들을 스토킹 하는 파파라찌의 마음, 등등. 나 스스로도 그 방대함에 놀라 차근차근 그 사진들을 하나씩 보면서 도대체 왜 나는 유난히 하늘 사진들을 많이 찍었으며 그토록 많은 시간들을 하늘을 바라보며 보냈는지 생각했다.


사진들을 보면서 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비록 매번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거의 비슷한 각도로 찍은 하늘 사진들이라고 할지라도 똑같은 사진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늘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변화한다. 마치 태초부터 자신에게 정해진 모습은 없었다는 듯 말이다. 어떤 날은 하얀 구름들이 사이좋게 떠있는 하늘, 또 어떤 날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분노한 신처럼 검은 먹구름으로 뒤덮인 하늘, 그리고는 언제 그랬었냐는 듯 신비로운 빛깔의 무지개를 선물하듯 맑고 푸르른 하늘. 



그래. 난 어쩌면 하늘을 닮고 싶었던 것이다. 내 하루가 그날 내 마음을 지치게 한 일들, 혹은 과거에 일어났던 속상한 일들, 또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걱정들로 내 마음이 힘들 때 나는 그저  하늘을 바라보며 그 하늘에게 기대고 싶었던 것 같다.  그저 어떤 날들은 구름들이 몰려와 사이좋게 놀다 가게 놔두고 또 어떤 날들은 속이 상해서 실컷 울도록 내버려 두고 또 어떤 날들은 무지개가 찬란한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도록 그저 놔두고 지켜보는 하늘의 그 마음을 몹시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심 동경했다. 


매 순간을 처음이자 단 한 번뿐인 지나가버리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우친 현자인 듯 자유롭게 그저 순간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하늘은 어쩌면 대자연이 우리 인간들의 변덕스러운 마음을 안쓰럽게 여기어 우리들에게 보내주는 위대한 선물이자 가르침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며 그저 바라본다. 그리고 느낀다. 그 순간 나는 내가 대자연에 동화됨을 느낀다. 저 거대하고도 광활하면서 관대로운 새 파아란 하늘빛의 평화로움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평화로움이 담긴 아기 구름 하나를 조심히 안아 올려 내 마음속 하늘에 심어 본다. 그리고 나의 오늘이 어제보다 조금 더 평화스러워진 것을 느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하늘을 조용히 바라보며 나의 하루를 하늘과 함께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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