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한번 깜빡이고 다시 쳐다보라. 지금 당신 눈에 보이는 것은 원래 거기 없었고, 원래 거기 있던 것은 이제 거기 없다.”p 27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시간에 대하여 위처럼 이야기했습니다. "순간에는 시간이 없다"라는 말을 여러 번 되새겨 생각해보았습니다. 흔히들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충분히 즐기자"라고 말합니다.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순간, moment (모먼트)는 과연 어떤 것일까요? 우리는 매 순간 숨을 쉬고 생각을 하며 말과 행동을 취합니다. 바로 이 순간순간들이 모여서 시간, 즉 과거가 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과거들은 우리들 머리와 마음속에 어떠한 기억들 혹은 추억들로 남겨집니다.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기억들. 그것은 다름 아닌 과거의 어떤 순간입니다. 강렬하고 잊을 수 없는 향기처럼 찾아왔던 그 순간의 기억!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 기억의 방문은 때로는 반갑기도 하고 또 때로는 슬프거나 괴롭기도 하겠지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내 안의 수많은 기억들의 방문을 달갑게 맞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기억 속의 감정의 파도들에 한번 휘리릭 휩쓸려 그날 밤 홀로 술 한잔 기울여 보기도 하고 또 몸을 맡기고 그저 따사로운 햇살 아래 둥둥 떠있기도 하고 말이죠. 그렇게 술 한잔과 햇빛 한 줌에 다시 지친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나아가는 것이 우리들 일상입니다. “당신의 손에 닿는 강물은 이미 지나간 것의 마지막이자 다가오는 것의 처음이다.” 다빈치의 말대로 오늘 하루의 끝은 이미 지나간 것의 마지막이지만 다가오는 내일의 처음이기도 하죠. 아침에 눈을 뜨면서 '오늘은 어떤 새로운 것이 나에게 다가올 것인가?' 생각해봅니다. 내 마음도 이 새 하루처럼, 처음처럼 맑고 깨끗하게 닦아놓고 싶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나에게 다가오는 그 무엇도 진실되고 깨끗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내가 골라서 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는 분명 내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의 자세의 변화는 알아차림 에서 시작합니다. 알지 못하면 변하지도 못하지요. 나아가 알아차린 뒤 그 진실을 받아들여야 진정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떨 때는 자존심도 상하고 속상하기도 합니다. 억울하고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이 감정들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에 잔잔해진 마음속에 말을 걸어봅니다. 어느 정도 가라앉은 마음은 괜찮아졌다 대답합니다. 그리고 아프게만 느껴졌던 진실도 실은 뾰족한 가시가 아닌 매끄럽고 동그란 돌멩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내 마음을 더욱 견고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기반을 만드는 바로 그 돌멩이라는 것을요.
그렇게 나는 오늘도 성장합니다. "눈을 한번 깜빡이고 다시 쳐다보라. 지금 당신 눈에 보이는 것은 원래 거기 없었고, 원래 거기 있던 것은 이제 거기 없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매일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어제 나를 휘감았던 감정들은 이제 그 자리에 없습니다. 그것들은 강물을 타고 흘러 멀리 저 멀리 떠내려갔지요. 그러니 오늘 이 새 하루는 깨끗하고 텅 빈 마음으로 시작해보아요. 오늘 내게 찾아올 기억들과 다가올 처음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단정한 마음으로 함께 맞이해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