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켜진 말들을 되찾는 일

by 이제은

너는 말이 없다

아무런 말이


아무도 없는 밤을

한참을 달리고

또 달렸다


너는 아직도 말이 없다

끊어질 듯 한

숨만 내뱉고 또 내뱉는다


체 지나가지 않은 과거의

시린 겨울바람만이

어둠을 메운 밤


삼켜지고 삼켜진

말들은 한데 뒤엉켜

감정의 용암이 되어 흘러내린다



아무도 없는 어느 밤거리 속

날카롭게 타들어가는 심장의

고동만이 울려 퍼진다


삼켜진 말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도통 올라오지 않았다


길을 잃었을까?

아니면 용기를 잃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겁을 먹었을까?


외면하고 억눌렀던 말들과 감정들이

식어서 굳으면 나아지는 줄 알았다

아프지 않으면 나아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차마 분출되지 못한 것들은

가슴 안에서 용암으로 솟구쳐올라

모든 것을 시커멓게 태웠버렸다


더 이상 미움도, 분노도, 절망도

고통도, 괴로움도, 두려움도

존재하지 않는 밤


이 밤이 지나가고 나면

너는 삼켜진 말들은

되찾을 수 있을까


네가 두려움을 딛고 일어서

과거의 모진 바람을 마주하고

그들의 제자리를 되찾아주길 바라며


나는 어설픈 위로 대신

말없이 시린 네 두 손을 잡아주었다

네게 온기와 용기가 전달되길 바랐다



너의 뜨거운 심장 고동소리

입가에 피어난 희미한 미소

충만함으로 차오른 밤


언젠가 네가 삼켜진 말들을 되찾게 된다면

네 마음의 평화도 함께 되찾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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