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 自歎(자탄), 이황
自歎(자탄)
이황
이미 지난 세월이 나는 안타깝지만
그대는 이제부터 하면 되니 뭐가 문제인가
조금씩 흙을 쌓아 산을 이룰 그날까지
미적대지도 말고 너무 서둘지도 말게
오늘 하루는 퇴계 이황의 시, 自歎(자탄)을 음미해보며 시작해보았다. 시를 읽다 보니 어젯밤 아버지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나는 아버지께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지금 내 인생은 왜 더 안정적이고 풍요롭지 못한 것인지, 내가 무엇을 더 잘했어야 했는지 말이다. 전에도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또 물어봤지만 나는 답을 찾지 못했었다. 그런 내게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네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제대로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네가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끊임없이 배움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인생이라는 산을 걸어 올라가면서 산 정상을 바라보되 네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 위에 핀 꽃들과 풍경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그 여유를 항상 지녀야 한다. 지나고 보니 모든 것은 그저 한 순간이었다. 그러니 너는 매일 네게 주어진 하루를 충만하고 풍요롭게 보내도록 노력하거라.”
32년 동안의 교직 생활을 하신 아버지는 곧 정년퇴임을 앞두고 계신다. 이제 막 직장생활 3년 차인 나는 그런 아버지가 참으로 존경스러웠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진심으로 자신의 일을 사랑하셨고 그 사랑이 딸들인 우리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문득 나는 떠올려보았다. 젊은 날의 아버지의 모습을. 지금의 나와 같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껴안고 고군분투하며 잠을 뒤척였을 그 모습을. 그러나 이내 마음을 굳게 다잡고 매일을 최선을 다해 살았을 그 모습 또한.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여서 지금의 아버지, 당신이라는 산을 이루었음을.
삶에 대한 나의 자세가 곧 나의 삶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나는 내가 볼 수 있는 만큼 성장할 수 있다. 큰 사람이 되고 싶다면 큰 산을 바라보며 마음을 크게 넓히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마음에 큰 산을 품을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앞으로 가끔씩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오면 나는 이 시와 아버지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하루를 충만하고 풍요롭게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미적대지도 말고 너무 서둘지도 않으며
조금씩 흙을 쌓아 산을 이룰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