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막 커튼

당신에게 선물하고픈 시

by 이제은


아침에 반짝 눈뜨는 것이

오늘도 여전히 제일 어려워

반쯤 뜬눈으로 오분 정도

느릿느릿 끔뻑거린다

짙은 고동색 커튼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아침 햇살은

새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오늘도 나는 선택을 마주한다


“아침 햇살을 그냥 못 본체

암막커튼을 그냥 놔둔 체

다시 오분만 눈을 감아볼까?”


혼자 실랑이를 벌이다가

애꿎은 암막커튼을 꾸짖는다

“네가 아침햇살을 너무 잘 막아서

내가 아침에 일어나는 게 참 힘. 들. 다!”


암막커튼은 억울해서 그런지 말이 없다

아침햇살도 어색한지 말이 없다

이 침묵이 민망한 나도 할 말이 없다

다들 그저 자기 할 일을 한 것뿐이고

나는 그저 내가 할 일을 미루고 싶었던 것뿐이니.


생각해보면 많은 지난날

나는 내가 만든 선택들에 할 말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마다

애꿎은 암막커튼을 찾아 민망함을 감추곤 했다

그렇게 하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었는데

오늘은 아침햇살이 따끔하다


어쩌면 내 삶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이런 나의 습관 때문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아침에 눈을 뜨는 것뿐만이 아니라

삶에 대한 눈을 떠야만 변화할 수 있다

커튼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살처럼

내 삶에 찾아오는 기회를 붙잡을 수 있다

그리고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


순간 두 눈이 번쩍 뜨이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암막커튼을 찾지 않고

때가 되면 몸도 마음도 활짝 열어젖혀야지

따뜻하고 환한 아침햇살 가득 내려앉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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