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것을 운명이라고 부른다

by 이제은


“무의식을 의식으로 만들 때까지 무의식이 당신의 인생을 좌우하고, 우리는 그것을 운명이라고 부른다.” - 카를 융



꿈속에서 나는 마주했습니다.

내 무의식 가장 깊은 곳 은둔하고 있던 두려움.

비록 꿈속이었지만 나는 생생히 느꼈습니다.

입안은 바짝 마르고 심장은 거칠게 뛰었으며

시간은 마치 멈춘 듯 아주 천천히 흘렀습니다.

나는 분명 나였지만 동시에 내가 아녔습니다.

내 생각과 의지를 가진 내가 아닌

무의식의 나였기 때문입니다.

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초조하고 불안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으며 나는 오직 바라보고 느꼈습니다.


꿈속이지만 꿈속이라서

두려움은 더욱 극대화되어 나타났습니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져버린 것입니다.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말이죠.

현실이라면 '이건 분명 꿈일 거야' 하겠지만

이미 꿈속에선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무의식의 나

망연자실 겁에 질린 나완 달리

두려움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내 예상과 달리 무의식의 나

이 금방이라도 풍선처럼 터질듯한 상황에서

매우 침착하고 이성적이었습니다.

상대의 날카로운 말들에도 흔들리지 않고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그러므로 상대의 말에 상처받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차분히 대응했습니다.


또한 무의식의 나는 상대방의 감정에 호소하며

그를 설득시키려 노력했습니다.

나는 문득 기억이 났습니다.

예전에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끊임없이 그의 감정에 호소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나는 무조건 강력하게 감정에 호소하면

분명 설득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러지 못하였고

그 일로 나 스스로를 오랫동안 탓하였습니다.

나의 자만과 착각 때문이었다 여겼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함부로 누군가의 감정에

무조건 호소하지 않겠다 굳게 다짐했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무의식의 내가 두려움을 제압하고

그것을 달래며 끝내 끌어안는 것을 지켜보며

가장 먼저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다음으로는 큰 안도감을,

마지막으로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나는 무의식의 나를 제대로 몰랐습니다.

무의식 나의 가치를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꿈을 통해 나는 선명히 깨달았습니다.

무의식의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튼튼하고 강하며

이성과 감성을 둘 다 지닌 멋진 친구란 것을요.


나는 결심했습니다.

오늘부터 의식의 나 또한

이성과 감성을 조화롭게 지닌 멋진 친구가 되기로!

그래서 그 어떤 두려움이 나타나더라도

용감하게 맞서 나를 지킬 수 있고

스스로가 존경할 수 있는 그런 친구가 되도록 말이죠.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항상 차분하고 스스로에게 친절한 친구가 되도록

매일 노력해야겠습니다.







Photo from Unsplash by Javardh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