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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은 Aug 07. 2022

해가 지고 해가 뜨네



오렌지 빛으로 하늘이 물들 때면

구수한 현미녹차 한 모금 마시지요

코 끝을 간질이는 고소한 누룽지향은

그리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오늘은 어린 시절 생각이 났습니다

어릴 때는 왜 그렇게 저녁 메뉴가 궁금했을까요?

아기새가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듯

나는 저녁시간만 되면 부엌에 서있는

엄마 등 뒤로 다가가 묻곤 했습니다.

“엄마, 오늘 저녁은 뭐 먹어요?”



사실 나는 무서운 생선 요리만 아니면 괜찮았습니다.

또한 검은 강낭콩들이 들어간 밥만 아니었어도

괜찮았지요.

어쩌면 나는 부엌에서 열심히 요리하는 엄마에게

그저 말을 걸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엄마, 내가 뭐 도와줄까? “ 라던지

“나는 엄마가 해주는 밥이 제일 좋아”라는 말을 하며

은근슬쩍 뒤에서 엄마를 꼭 안아줄 수 있던 순간들!

그 많은 순간들 수줍음이 많았던 나는

작은 부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오렌지 빛 노을이

젊은 엄마의 하얀 얼굴에 내려앉는 모습을 보며

쭈뼛쭈뼛 다가가 물었지요.

“엄마, 오늘 저녁은 뭐 먹어요?”



이제 어른이 된 나는 직접 저녁 메뉴를 고르게 되면서

이 일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몸에 좋으면서 맛있고 질리지 않는 메뉴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골치 아픈 일입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내일 뭐 먹을까 고민하고 있지요.

고민하다가 답이 안 나올 때는 엄마에게 전화를 겁니다.

“있잖아 엄마, 그 예전에 엄마가 해주던…”



아, 현미녹차 한 모금에 참 예쁘고 소중한 기억들이

뭉게뭉게 떠올라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엄마가 정성스럽게 차려주신 따뜻한 밥을

먹었던 기억만큼 행복한 기억이 또 있을까요?

오렌지 빛으로 물드는 하늘도,

부엌에 서있던 엄마도

모두 꼭 껴안아 줄 수 있다면!




해가 지고 해가 뜹니다.

하루가 끝이 나면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지요.

구수한 현미녹차 한 모금으로

하루 종일 지쳤던 몸과 마음을 달래주어봅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넉넉하고 푸근해집니다.

“오늘도 참 잘했어!

내일도 분명 멋진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마법 주문을 외워보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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