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빛으로 하늘이 물들 때면
구수한 현미녹차 한 모금 마시지요
코 끝을 간질이는 고소한 누룽지향은
그리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오늘은 어린 시절 생각이 났습니다
어릴 때는 왜 그렇게 저녁 메뉴가 궁금했을까요?
아기새가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듯
나는 저녁시간만 되면 부엌에 서있는
엄마 등 뒤로 다가가 묻곤 했습니다.
“엄마, 오늘 저녁은 뭐 먹어요?”
사실 나는 무서운 생선 요리만 아니면 괜찮았습니다.
또한 검은 강낭콩들이 들어간 밥만 아니었어도
괜찮았지요.
어쩌면 나는 부엌에서 열심히 요리하는 엄마에게
그저 말을 걸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엄마, 내가 뭐 도와줄까? “ 라던지
“나는 엄마가 해주는 밥이 제일 좋아”라는 말을 하며
은근슬쩍 뒤에서 엄마를 꼭 안아줄 수 있던 순간들!
그 많은 순간들 수줍음이 많았던 나는
작은 부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오렌지 빛 노을이
젊은 엄마의 하얀 얼굴에 내려앉는 모습을 보며
쭈뼛쭈뼛 다가가 물었지요.
“엄마, 오늘 저녁은 뭐 먹어요?”
이제 어른이 된 나는 직접 저녁 메뉴를 고르게 되면서
이 일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몸에 좋으면서 맛있고 질리지 않는 메뉴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골치 아픈 일입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내일 뭐 먹을까 고민하고 있지요.
고민하다가 답이 안 나올 때는 엄마에게 전화를 겁니다.
“있잖아 엄마, 그 예전에 엄마가 해주던…”
아, 현미녹차 한 모금에 참 예쁘고 소중한 기억들이
뭉게뭉게 떠올라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엄마가 정성스럽게 차려주신 따뜻한 밥을
먹었던 기억만큼 행복한 기억이 또 있을까요?
오렌지 빛으로 물드는 하늘도,
부엌에 서있던 엄마도
모두 꼭 껴안아 줄 수 있다면!
해가 지고 해가 뜹니다.
하루가 끝이 나면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지요.
구수한 현미녹차 한 모금으로
하루 종일 지쳤던 몸과 마음을 달래주어봅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넉넉하고 푸근해집니다.
“오늘도 참 잘했어!
내일도 분명 멋진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마법 주문을 외워보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