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벽이 지나고 나면

by 이제은

어슴푸레한 새벽

잊은 줄 알았던 기억

어둠과 적막을 뚫고

떠올랐다


만약 우연히라도

다시 너와 마주치게 된다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지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고민했었지


나와 비슷했던 너

아니, 나보다 더 나 같았던 너

실은 내가 되고 싶었던 모습의 너

어쩌면 나는 너를

깊이 동경했었던 것이 아닐까


나의 가슴 한편에는

나조차도 모두 이해하지 못한 감정들과

때를 놓쳐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말들이

어느 앨범 속 빛바랜 사진들처럼

말없이 누군가 들여다봐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 가슴 한편에

오늘 새벽 찾아와 준 너의 기억은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처럼

그동안 살아오며 메말라버린 내 마음 가장자리들을

따뜻하고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그러자 잔잔한 바다와 같이

마음이 평온해졌고

만약 우연히 너를 만나게 되면

너를 마주하고 미소 지을 수 있을 용기가

조금은 생겨났음에 나는 감사했다


이 새벽이 지나고 나면

또다시 금방 잊힐 기억이지만

저 태양처럼 언젠가 다시 떠오른다면

그땐 따뜻하고 촉촉한 봄비로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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