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당신에게 선물하고픈 시

by 이제은

생명은

요시노 히로시


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듯하다.

꽃도

암술과 수술이 갖추어져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곤충이나 바람이 찾아와

암술과 수술을 중매한다.

생명은 그 안에 결핍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다른 존재로부터 채워 받는다.

세계는 아마도

다른 존재들과의 연결

그러나 서로가 결핍을 채운다고는

알지도 못하고

알려지지도 않고

그냥 흩어져 있는 것들끼리

무관심하게 있을 수 있는 관계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은 것들도 허용되는 사이

그렇듯 세계가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왜일까.

꽃이 피어 있다.

바로 가까이까지

곤충의 모습을 한 다른 존재가

빛을 두르고 날아와 있다.

나도 어느 때

누군가를 위한 곤충이었겠지.

당신도 어느 때

나를 위한 바람이었겠지.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중에서



나를 위한 어느 예쁜 노을이었던 그대를 떠올리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