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미술관에서는 눈을 감지 않아도 느끼고 싶은 것을 느낄 수 있음을 깨닫는다.”
“많은 경우 위대한 예술품은 뻔한 사실을 우리에게 되새기게 하려는 듯하다.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하는 게 전부다. 나도 지금 이 순간에는 고통이 주는 실제적 두려움을 다디의 위대한 작품만큼이나 뚜렷하게 이해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내 그 사실을 잊고 만다. 점점 그 명확함을 잃어가는 것이다. 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보듯 우리는 그 현실을 다시 직면해야 한다.”
“모네는 시각으로는 길들일 수 없는 세상의 모습을 그렸고, 에머슨은 이를 “눈부심과 반짝임”이라고 표현했다. 이 그림의 물결 속에서 흔들리며 녹아내리는 수백만 개의 아롱진 반영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옛 거장들의 상징주의적인 표현법에는 좀처럼 들어맞지 않는 유형의 미학이고, 정돈된 상태를 추구하는 우리의 두뇌가 일반적으로 허용하는 것보다는 더 혼돈스럽고 타오르는 듯한 아름다움이다. 대개 우리는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해 위협적이고 산만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주위 자극들은 무디게 만들거나 아예 무시한다. 모네의 그림은 우리가 이해하는 모든 것의 입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는 드문 순간들 중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산들바람이 중요해지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중요해진다. 아이가 옹알거리는 소리가 중요해지고, 그렇게 그 순간의 완전함, 심지어 거룩함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손 틈새로 금세 빠져나가버릴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우리는 소유, 이를테면 주머니에 넣어갈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것은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고, 우리가 보고 경험하는 것 중에서 아주 작은 부분만 소유할 수 있다면?“
“여기 있는 예술 작품으로서의 조지아 오키프는 우리에게는 없는 미덕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멈춰 있다. 그녀는 영구적이다. 그 주변으로는 그녀의 성스러운 아름다움과 지루하고 평범한 세속의 영역을 분리하는 액자가 둘러져 있다. 때때로 우리에게는 멈춰 서서 무언가를 흠모할 명분이 필요하다. 예술 작품은 바로 그것을 허락한다.“
“브뤼헐의 이 명작을 바라보며 나는 가끔 이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흔한 광경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람들은 주로 농사를 지었고 그들 중 대부분이 소작농이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평생 노동을 하고 궁핍한 삶을 살아가면서 가끔 휴식을 취하고 다른 이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너무도 일상적이고 익숙한 광경을 묘사하기 위해 피터르 브뤼헐은 일부러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광활하게 펼쳐진 세상의 맨 앞자리를 이 성스러운 오합지졸들에게 내주었다. 가끔 나는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 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
“누군가를 잃고 나면 삶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한동안 그 구멍 안에 몸을 움츠리고 들어가 있게 된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가 영원히 숨을 죽이고 외롭게 살기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만들어지는 운율을 깨닫는 것은 내가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를 깨닫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삶에서 마주할 대부분의 커다란 도전들은 일상 속에서 맞닥뜨리는 작은 도전들과 다르지 않다. 인내하기 위해 노력하고, 친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의 특이한 점들을 즐기고 나의 특이한 점을 잘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관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적어도 인간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나는 그 퀼트 작품이 봄바람에 펄럭거리는 장면을 상상해 보려고 애쓴다. 다양한 톤의 하얀색, 하늘색, 청록색으로 만들어진 퀼트다. 흰색에도 여러 톤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까지 몰랐지만 그녀는 햇빛에 바래고 입어서 해진 낡은 옷가지에서 구해낸 천 조각들로 그런 효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미술 재료상에서 구한 것이 아니라 실제 삶 속에서 얻은 색깔들이었다.”
“바로 의미라는 것은 늘 지역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조각조각 노력을 이어 붙여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교훈까지 말이다.”
“디테일로 가득하고, 모순적이고, 가끔은 지루하고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일상. 아무리 중차대한 순간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기저에 깔린 신비로움이 숭고하다 할지라도 복잡한 세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간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삶은 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많은 경우 예술은 우리가 세상이 그대로 멈춰 섰으면 하는 순간에서 비롯한다. 너무도 아름답거나, 진실되거나, 장엄하거나, 슬픈 나머지 삶을 계속하면서는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순간 말이다. 예술가들은 그 덧없는 순간들을 기록해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그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것들은 덧없이 흘러가버리지 않고 세대를 거듭하도록 계속 아름답고, 진실되고, 장엄하고, 슬프고, 기쁜 것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믿게 해 준다. 그리고 이곳 메트에 유화물감으로 그려지고, 대리석에 새겨지고, 퀼트로 바느질된 그 증거물들이 있다.”
<순간들로 만들어진 퀼트>
하루는 새벽과 함께 시작되어 하품으로 끝납니다. 그 사이에는 익숙하면서도 차마 다 알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색상과 질감으로 가득 차 있는 그 순간들은 삶의 선택들이 내려져 섬세한 획들처럼 그려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어떤 순간들은 덧칠되거나 다듬어질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내 손에 잡히는 아름다움이 가득한 꿈 속에서 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내가 꿈꾸는 것은 정녕 아름다움뿐일까요? 가장 어두운 시간에 빛을 비추는 희망의 노래는 어떻습니까? 가장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는 또 어떻고요!
이 순간들이 엮이고 연결되어 위대한 삶의 퀼트를 탄생시킵니다. 몸과 마음이 추운 이들에게는 따뜻함을 가져다주는 퀼트. 시련과 두려움 앞에서 괴로워하는 이들에게는 인내와 믿음을 가져다주는 퀼트. 불확실 미래를 걱정하며 잠 못 이루는 이들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가져다주는 퀼트. 참으로 고맙고 든든한 퀼트입니다.
하루는 은혜로 시작하고 감사로 끝납니다. 그 사이에는 우리의 작고 연약한 마음속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 순간들이 우리를 지금의 우리로 만듭니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다시금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기적 같은 힘이 담긴 순간들이지요. 그러니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삶의 이야기들을 조각조각 이어 붙여 하나의 아름다운 퀼트로 완성시켜 봅시다. :)
https://youtu.be/BbVXcK9OiVg?si=7McswJPeUKBkyMX9
출처:
책: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그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