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삼아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

by 이제은


시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주지만 단순히 시를 많이 외우고 있는 것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 많은 지식을 넣었다고 해서 진정한 능력으로 발휘할 수는 없다. 공부를 했다면 그 공부를 몸에 새겨 일과 삶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삼아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나무를 심을 때 뿌리를 돋우고 줄기를 편안히 해줄 뿐이다. 다음으로 진액이 오르고 가지와 잎이 돋아나면 꽃이 핀다. 꽃이란 갑자기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의誠意와 정심正心으로 뿌리를 돋우고 독행篤行(독실한 행동)과 수신修身으로 줄기를 편안히 하며, 경전을 궁구하고 예를 닦아 진액이 돌게 하며 널리 듣고 예를 익혀 가지와 잎이 돋아나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깨달은 것을 축적하고, 축적한 것을 선양해 글을 지으면, 이것을 곧 문장이라고 한다.

-<다산의 마지막 질문, 조윤제>



글을 쓴다는 것은 깨달음을

몸에 새기고 마음에 아로새기는 일

그렇게 축적되고 선양된 깨달음이

글로 새롭게 탄생되는 신비로우면서도

고달프고 외로우면서도 힘이 솟아나는 일

그러므로 단어 하나, 문장 하나, 글 하나

그 모든 것 하나 하나안에

간절함과 지극한 정성을 담는 일



글을 쓴다는 것은 고귀한 일

어떤 글을 쓰고 무엇에 대해 쓰든

그 안에서 중용을 발견한다면

글은 자연스럽게 쓰이고

글쓴이의 성품은 향기로

읽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글쓴이의 정성은 간절함으로

읽는 이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일



글을 쓴다는 것은 변화를 시작하는 일

내 안의 격동적인 에너지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중심에 앉아 천천히 호흡하는 일

눈을 감고 고요함 속에서 나를 마주하며

이 순간에 살아있음을 느끼는 일

거대한 생명의 에너지의 흐름을 느끼며

삶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기억해 내고

용기를 내어 실천으로 옮기는 일



글을 쓴다는 것은 세상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일

내가 그와 연결되어 있고

내가 그녀와 연결되어 있고

내가 그들과 연결되어 있고

내가 만물과 연결되어 있음을

몸과 마음으로 깊이 깨닫는 일

내 안에 있는 거대한 우주의 한 조각

그 소우주의 무한한 힘을 느끼는 일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시야를 넓히는 일

나의 세계와 그 안의 관념들을 들여다보며

성찰의 시간 속에서 매번 새로움을 발견하는 일

다른 이의 세계와 그 안의 관념들을 들여다보며

나와 다르면서도 다르지 않은 점들을 발견하고

나와 같으면서도 같지 않은 점들을 발견하는 일

서로의 다른 점들을 통해 잠시 상대방이 되어보고

서로의 같은 점들을 통해 잠시 우리가 되어보는 일



글을 쓴다는 것은 세상에 진리를 알리는 일

나약한 인간인 내게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내가 나를 진심으로 용서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며

다른 이를 진심으로 용서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

온 마음과 힘을 다해 세상을 향해 손을 흔들며

내가 지금 여기 있다고, 항상 여기 있었다고 외치는 일

그리고 빙긋 미소 지은 뒤 두 손을 맞잡고

붉은 노을을 향해 함께 천천히 걸어가는 일



글을 쓴다는 것은 꿈같은 일

첫사랑으로 시작해 짝사랑이 되고

열병으로 타올랐다가 검은 재가 되는 일

그리고 그 잿더미 속에서 한 포기 풀이 되어

찬란한 태양을 향해 끊임없이 손을 뻗는 일

고요한 새벽엔 투명한 이슬방울들로 목을 축이고

맑고 깨끗한 공기로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일

아, 글을 쓴다는 것은 이토록 꿈같은 일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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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경지에 이르면 별다른 기발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적절할 뿐이고, 인품이 경지에 이르면 별다른 특이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자연스러울 뿐이다.“

- 채근담 <다산의 마지막 공부, 조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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