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는 무엇을 쓰느냐

끊임없이 자신을 가다듬을 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천명이다.

by 이제은

어느 날 공자께서 일기를 쓰고 있는 제자(制子)에게 물으셨다.


제자야, 일기에는 무엇을 쓰느냐


일기에는 오늘 있었던 일들과 제가 느끼고 배운 점들에 대해 씁니다.


먼저 제가 소홀해서 놓쳤던 부분들에 대해 씁니다.

제 말이나 행동으로 의도치 않게 다른 이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고 떠오르는 것들에

대해 씁니다.


남의 눈에 보이지 않아 숨겼던 부분들에 대해 씁니다.

제가 저지른 실수나 잘못들을 제대로 바로잡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가버린 일들에 대해 솔직하게 씁니다.


실패했을 때 쉽게 포기했던 부분들에 대해 씁니다.

한번 더 참아보거나 고민해 보거나 시도해보지 않고

핑계들을 대며 포기했던 일들에 대해 씁니다.


마음이 무너져 내렸을 때에 대해 씁니다.

속상하고 외로워서 눈물이 나고 서운하고 슬퍼서

또 눈물이 났을 때 느꼈던 괴로움에 대해 씁니다.


좌절했을 때에 대해 씁니다.

내 삶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아 낙심하고

남들과 비교하며 느꼈던 불행함에 대해 씁니다.


스스로에게 당당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씁니다.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해서 놓쳤던 기회들을 떠올리며

사로잡혔던 자책과 후회에 대해 씁니다.


제자야, 그다음에는 무엇을 쓰느냐


그다음에는 앞으로 일어났으면 하는 일들에 대해 씁니다.


한마디 말이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도

무너뜨릴 수도 있음을 기억하고

말과 행동을 하기 전에는 신중히 생각해 봅니다.


오늘을 품고자 하는 자는 어제의 실수를 품을 수 있어야 함을 기억하고 내 실수와 잘못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뒤 배울 점은 배우고 다시 반복하지 않습니다.


도자기의 빛깔은 뜨거운 가마 속에서 오래 구워진

다음에야 완성됨을 기억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한번 더 도전해 봅니다.


이 세상에서 나를 알아주는 벗이 있다면 하늘 끝도

이웃처럼 가까움을 기억하고 마음이 힘들 때는

친구와 대화하듯 마음과 대화해 봅니다.


큰 바람이 물결 해치면 구름 돛 달고 드넓은 바다로

나아감을 기억하고 때를 기다릴 수 있는 지혜를 갖고

큰 꿈을 이루기 위한 알맞은 준비를 합니다.


엄격함은 반드시 배려와 사랑을 바탕으로 삼아야 함을

기억하고 나 자신을 항상 너그럽고 따뜻하게 격려하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가다듬습니다.


제자야, 일기에는 무엇을 쓰느냐


일기에는 지금 제 마음 안에 일어나는 변화들에 대해 씁니다.


제자야, 일기에는 현재를 쓰거라.


네 스승님,

어제에서는 배움을 얻고 내일에서는 희망을 얻고

현재에서는 행복을 얻으며 살아가겠습니다.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 (국보 68호) 출처: 나무위키



+ 한마디 말이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도 무너뜨릴 수도 있다.

+ 오늘을 품고자 하는 자는 어제의 실수를 품을 수 있어야 한다.

+ 도자기의 빛깔은 뜨거운 가마 속에서 오래 구워진 다음에야 완성된다.

+ 엄격함은 반드시 배려와 사랑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다산의 마지막 습관, 조윤제>

+ 이 세상에서 나를 알아주는 벗이 있다면 하늘 끝도 이웃처럼 가까우리. - 당나라 시인 왕발

+ 큰 바람이 물결 해치면 구름 돛 달고 드넓은 바다로 나아가리. - 당나라 시인 이백

<천년의 공부, 조윤제>


천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를 알지 못하면 바르게 설 수 없고,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

<요왈> 논어의 마지막 문장

하늘의 명을 안다고 함은 어느 순간 경지로 도약하는 것이 아니다. 무너지는 마음을 다스리고, 좌절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끝까지 당당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가다듬을 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천명이다.

<다산의 마지막 질문, 조윤제>


작은 일을 소홀히 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속이거나 숨기지 않고, 실패했을 때도 포기하지 않으면, 이것이 진정한 영웅이다. <채근담>

<다산의 마지막 습관, 조윤제>






고전을 읽으며 그 안에 담긴 위대한 가르침들을 일상에 실천할 수 있는 시로 써보고자 합니다. 자칫 무겁고 고리타분할 수 있는 고전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대화 형식으로 풀어내기 위해 제자(制子)라는 상상 속의 인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제 이름에서 가져온 제(制)를 넣어 만든 제자가 고전 속 인물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진정한 배움은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는 조윤제 작가님의 책들에서 영감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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