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은
활짝 열어놓은 베란다 문 앞
푹신한 요가 매트 위에 엎드려
봄 비를 한가득 느껴봅니다
갈색 콘크리트 바닥에
조그만 파문들을 일으키며
토독 토독 빗방울들이 떨어지고
시원한 바람 속에 담긴 흙냄새는
어느 아침 깊은 숲 속을 산책하며
만났던 생명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싱그러운 초록색과 연두색 잎들과
고동색과 짙은 밤색 나무의 몸통과 가지들,
그 사이를 뛰노는 줄무늬 다람쥐들 까지.
넉넉하고 푸근한 푸른 하늘 아래
다정하고 화목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
저절로 환한 미소가 지어지네요
지금 내 눈앞에 내리는 빗방울들이
언젠가 그곳에도 내리게 된다면
나의 마음을 대신 전해줄 수 있을까요?
눈을 감고 마음을 하나로 모아
작고 예쁜 빗방울들에 소중히 담아
세상을 향해, 당신을 향해 보내봅니다
내 안에 아름다운 선율처럼 흐르는
평온함 속의 자비와 사랑의 마음이
빗방울처럼 당신의 마음에도 내리기를.
우리가 어디에 있던
우리의 마음이 만나는 그곳에
바로 사랑의 꽃이 기쁘게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