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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은 May 29. 2024

밤하늘과 마주하고 앉아

이제은

밤하늘과 마주하고 앉아 고요한 어둠이 찬찬히

그리고 깊숙이 마음에 내려앉는 것을 느낍니다.

처음에는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던 짙은 어둠은

곧 부드러운 반죽처럼 내 안을 가득 채웁니다.

달콤한 벨벳처럼 흐르는 고운 반죽은 내게

모래시계처럼 유한한 삶의 시간을 일깨워줍니다.


나는 투명한 창문을 활짝 열고

거대한 밤하늘의 어둠을 맞이합니다.

무수한 별들의 따뜻한 숨결이 담긴

자비로운 빛의 손길에 나를 온전히 맡깁니다.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

기쁨과 슬픔, 사랑과 상처

기대와 실망, 욕심과 좌절

분노와 용서, 깨달음과 자유

이 모든 것들이 그저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각기 다른 악기들의 연주임을 알아차립니다.


나는 그동안 밤하늘 속 어둠의 존재만 바라보며

별빛들에 담긴 모든 봄, 여름, 가을, 겨울들을

미처 제대로 보지도 느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 어떤 고통과 시련,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도

나는 언제나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 가장 귀한 선물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눈을 감고 내 안 깊숙이 나를 다정히, 사랑스럽게

한 송이 꽃처럼 바라보아주고 어루만져주는 존재.

그 온화한 미소가 온 세상을 따스하게 물들이는

푸근한 노을 같은 존재를 떠올려봅니다.

그러자 성난 파도들은 서서히 가라앉고

부드럽고 달콤한 반죽이 행복이라는 케이크로 구워집니다.


황홀한 냄새에 둘러싸인 채 깜깜한 어둠 속에서

작은 초에 불을 켜자 그 촛불처럼 환히 빛나는

서로의 신비로운 눈동자들이 보입니다.

곧 새하얀 치아들이 드러나며 기쁨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모래시계도 하던 일을 멈추고 함께 노래 부릅니다.

찰나의 순간, 세상은 축복의 빛으로 가득 차올라

이 세상 모두의 마음속 밤하늘을 밝혀줍니다.

 

이제 내가 마주할 밤하늘 속엔 우리가 함께 나눴던

이 순간이 별이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나를 맞이하고

나는 두 눈을 감고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케이크 맛을 떠올려보겠지요.

지금 바로 이 순간 내 안에 샘솟아올라 한가득 채운

그 황홀하고도 신비로운 맛은 바로 행복이겠지요?



 

밤의 어둠을 뚫고 기차가 지나가는 순간




사실 이 시는 타카시 카코 퀄텟의 Flowers Bloom and Wither Gracefully (꽃은 우아하게 피고 진다)라는 곡을 들으며 썼는데 아쉽게도 유튜브에는 그 곡이 없네요 ㅠㅠ. 스포티파이나 애플 뮤직 링크를 이용하여 꼭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꼭 함께 나누고 싶은 아름다운 곡입니다~~





음악은 그 자체로 치유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어 제게 항상 큰 영감을 선물해 줍니다. 또한 우리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게 도와주는 진실한 친구지요. 슬픔과 괴로움은 나누면 반으로 줄고 기쁨과 즐거움은 나누면 배가 되듯이 음악은 항상 우리들을 위로하고 축복해 줍니다. ^^*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그들의 또 다른 아름다운 곡들을 함께 나눕니다.



타카시 카코 퀄텟의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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