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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은 Mar 28. 2021

무엇을 위해

 There is no more chance

다시는 기회조차 없다

줄 수 있는, 아니 주고 싶은 기회는 없다

끝, 완벽한 끝.

가위로 싹둑 잘라내어 버렸다

정교하고 날카로운 끝으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마치 아예 그렇게 만들어졌듯

아무런 의미도, 헛된 실나래 하나 남겨두지 않고

그저 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렇게, 그냥 덧붙일 필요 없이

그렇게, 그냥 차갑고 냉정하고 돌아서서

그 길로 걸어가는 것, 멀어져 가는 것

돌고 돌아 만나더라도 그대로 지나쳐가

끝자락만 잠시 펄럭이고 스쳐 지나가길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다만 너는 나에게 일깨워 준 것뿐,

결코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들지 않았지만

너로 인해 내가 더 또렷이 알게 된 것뿐,

마음이란 게, 오랜 시간 노력으로 빚은 마음이,

정성 들여 차곡차곡 쌓아 올린 마음이,

부서지고 무너지고 흩어져서

폭풍 같은 바람에 날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애석하리만큼 아무것도 없게 되어버리고 나면

좋았던 추억조차, 나누었던 자그마한 정마저도

아무 의미 없이, 그저 돌멩이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나와는 아무 관계없는, 아무런 의미 없는 그저 어떤 돌멩이

그 돌멩이를 미워한들, 돌멩이는 그저 돌멩이 일뿐.

너에 대한 내 마음도 그러하다

너는 그저 너였을 뿐, 그랬었을 뿐,


그러니 돌고 돌아 다시 만나더라도,

그대로 지나쳐가, 무한히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으로

한때 어쩌다가 우연히 알았던 사람이라고

그리고 어쩌다가 멀어지게 된 사람이라고

그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되겠지

그렇게 나라는 돌멩이도 모서리가 깎이고 깎여서  

반들반들 둥그레지는 날

너도 나도 그저 한 사람으로서, 사람이라서

그저 다듬어지는 과정뿐이었음을

나는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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