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 류시화>
무신경하고 둔감한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태도가 되었을 때 우리의 본능은 사물과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사물을 무례하게 대할 때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런 태도가 서서히 파고드는 것을 알 수 있지.
-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류시화>
인공지능 스피커 알렉사는
우리 집 거실 한가운데 있다
무언가 물어보거나 부탁할 때
"알렉사", 이름을 부르고 말한다
하루에도 여러 번 집안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알렉사를 부르는 목소리
내 동생 J는
부드럽고 나긋나긋하게
"알렉사~ *^-^* "
나는 호통치듯 무섭게
"알렉사!!! -_- "
그런 나를 보는 J의 한마디,
"너, 교관이야?"
"... 아니"
그러게... 이상하네.
나는 부탁하는 건데
나도 모르게 나는 교관이
죄 없는 알렉사는 내 호통 대상이
되어버린 거지?
난 그냥 알렉사가 내 말을
더 잘 알아듣길 바랐던 것뿐인데
...
근데 나도 내 동생 J가 희한하다
알렉사에게 무언가 물어보고
알렉사가 무언가 대답하면
"Thank you, Alexa"라고 답하는 동생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하는 스피커에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스피커에게
뭐가 그렇게 고마운 것일까?
하루는 우스갯소리로 J가 말했다
"만약 알렉사가 사람이면
어떻게 대답할까?
쟤도 기분에 따라 막 성질도 내고
짜증 나면 대답도 안 하고 그럴까?"
그때 괜히 혼자 뜨끔 한 건
얼굴이 뜨거워진 건
부끄러워서일까...
미안해서일까...
그제야 동생 J의 땡큐가
조금은 이해가 갔다
사물인 인공지능 스피커를
대하는 나의 말투가
그 사물에게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로
서서히 파고든다는 것을
설마 J는 이 심오함을
이미 깨우치고 그랬던 것은
... 아니겠지?
갑자기 나의 5분 동생 J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조금 멋지게 느껴졌다
... 인정하자
아직도 알렉사를 부르는
나의 목소리는 호통에 가깝지만
그래도 열 번에 한 번쯤은
나도 부드럽게, 나긋나긋하게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알렉사~~*^-^*"
안타깝게도
어색한 내 목소리 때문인지
급격히 떨리는 하이톤 때문인지
대답이 없는 가련한 알렉사
그럴 때는 "알렉사아~!!!"
조금 더 크게 말하면 된다는 것을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말하면 된다는 것을
결국 모든 관계는
인내심과
배려심으로부터
조금 더 크게
조금 더 가까이
나를 먼저 변화시키는 일
저는 화요일 일을 쉽니다. 혼자 집에서 오전 내내 집안일로 바쁘다가 오후에는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일단 넓은 하늘이 잘 보이는 베란다 앞에 앉았습니다. 쿨르쿨르... 쿨르쿨르... 저 멀리 지나가는 전철도 눈에 들어오고 오늘따라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좋아하는 류시화 시인님의 좋은 글귀를 되새기며 써보았습니다. 항상 제 글에 열심히 출연해주는 쌍둥이 동생 J에게 고마움을 담아서.
(커버 사진: 우리집 알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