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눈

오늘의 노래: 뮤지컬 해밀턴 Hamilton

by 이제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쌀쌀한 일요일 아침을 맞이하며 유난히 고된 일주일을 마쳤다는 안도감에서인지 살짝 무기력함이 몸과 마음에 내려앉았습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냥 뒹굴뒹굴 멀뚱멀뚱 보내고 싶은 아침이었습니다. '하루쯤은 괜찮으니까~일요일이니까.' 마음속에서 이런저런 핑계들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그렇게 평소보다 느릿느릿 일어나 기분 전환을 위해 향초를 켜고 습관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이어폰을 꽂았습니다. '무슨 음악을 들을까나...' 재생목록을 내려가던 중 뮤지컬 해밀턴의 사운드 트랙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랜만에 들어볼까?' 그렇게 몸과 마음에 내려앉은 무기력함을 달래기 위해 음악을 틀었습니다.



How do you write like you are running out of time?
어떻게 그렇게 시간이 없다는 듯이 글을 쓰는 거죠?

How do you write like tomorrow won't arrive?
어떻게 그렇게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글을 쓰는 거죠?

How do you write like you need it to survive?
어떻게 그렇게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듯 글을 쓰는 거죠?

How do you write every second you're alive?
어떻게 그렇게 살아 있는 매 순간 글을 쓰는 거죠?

<뮤지컬 해밀턴의 곡 "Write like you're running out of time" 중에서>




알렉산더 해밀턴은 그의 꿈 (미 헌법 제정)을 이루기 위해 쉬지 않고 글을 썼습니다. 불후한 어린 시절을 딛고 일어나 미국 건국의 주역이었으며 최초의 재무장관이었던 해밀턴은 안타깝게도 49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어쩌면 그는 다가오는 자신의 시간의 끝을 미리 알고 그렇게 시간이 없는 듯 글을 썼던 것이 아닐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10 달러 지폐의 인물이기도 한 해밀턴의 생애가 담긴 뮤지컬 해밀턴의 사운드트랙을 들으며 위의 가사가 마음에 참 와 닿았습니다. 온 영혼을 바쳐서 글을 써낸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롤모델이자 영감 그 자체인 해밀턴을 떠올리며 저도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어떤 것을 이루고자 한다면 지금 이 순간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항상 준비된 마음으로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Let me tell you what I wish I'd known
내가 젊었고 영광을 꿈꿨을 때

When I was young and dreamed of glory
알았었으면 했던 것들에 대해 말해주겠네.

You have no control who lives, who dies, who tells your story
너는 누가 살고, 누가 죽고, 누가 너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에 대해 그 어떤 결정권도 없다네.

(...)

But remember from here on in, history has its eyes on you
하지만 기억해. 여기서부터는 역사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History has its eyes on you
역사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뮤지컬 해밀턴 'History has its Eyes on You' 중에서>




미국의 첫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해밀턴에게 말해줍니다. 역사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이죠.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떠한 결정을 할 때 우리들의 선택도 변할까요? 아무도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와 말이죠. 어떤 사람도 아닌 역사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부담이 될까요 아니면 믿음이 될까요? 나의 선택에 믿음을 갖고 더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까요? 그래서 오늘을, 내일을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갈 수 있다면, 나를 지켜보는 역사의 눈 또한 감사한 마음으로,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밀턴과 워싱턴이 마주해야 했던 생과 사를 가르는 선택들로 가득 찬 수많은 아침들을 떠올리리며 그 어떤 무기력함과 고단함도 그들을 결코 막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느새 몸과 마음의 무기력함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기분 좋은 유칼립투스의 향기와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워졌습니다. 위대한 인물들에게 깃든 어떤 위대한 에너지가 저에게도 전달이 된 듯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번 한주도 참 잘 해내었다고. 다가오는 다음 한주도 위대한 한주가 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며 글을 마칩니다. 모두 위대한 한 주를 보내시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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