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말 한 줄이 만들어낸 깊은 흔적들
1. 말 한 마디가 주는 힘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어릴 적부터 수없이 들은 속담이지만,
HR을 하면서,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이 말의 무게를 더 많이 실감하고 있습니다.
긴 프로젝트를 마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이 친구는 3개월 동안 잠을 줄이고 긴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발표까지 끝낸 날, 상사의 반응을 기다렸다고 했는데요.
‘고생 많았어’, ‘잘 마무리했네’ 같은 말 한마디라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기다린 친구에게 돌아온 말은 기대와는 다른 말이었습니다.
“인사나 운영이 기업의 1순위는 아닌 것 같아요, 없어도 회사는 돌아가더라고요.”
그 한 마디에, 친구는 말 힘이 쭉 빠지고, 동기가 꺾였다고 합니다.
“수고했고, 고맙다는 말 한 마디만 해줬으면 됐는데…”
친구는 본인 혼자 짝사랑을 했던 것 같다고 지친 눈으로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으며, 저 역시도 수없이 지나쳐온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그저 ‘수고했어요’ 한 마디면 충분했던 시간들.
하지만 그 말을 듣지 못해, 의미를 의심하게 되었던 날들.
말 한 마디가 방향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그 말 한 마디가 사람의 동기를 꺾을 수도 있다는 걸.
저는 점점 더 자주 실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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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닿을 수 있는 말을 해야 합니다.
HR 담당자로 일하면서 많은 말을 해왔습니다.
채용, 온보딩부터 성과관리, 피드백 문화, 리더십, 전략 얼라인까지 다양한 분들과 협업했고, 요청하고 설득했습니다.
그런데 모든 말이 같은 무게로 사람에게 닿는 건 아니었습니다.
같은 내용이더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행동은 완전히 달라졌고, 변화의 방향도 달랐습니다.
“리더는 팀원과 자주 소통해야 해요.” 라고 단순히 말한다면, 막연한 조언으로 들리고 실제 변화로는 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말과 적극성으로 그 사람의 변화를 설계한다면 결과는 달랐습니다.
“리더의 성과는 곧 팀의 성과입니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1on1을 반복일정으로 잡아주세요.
이번주 금요일까지 과제고, 제가 한 번 더 확인하고 리마인드 드릴게요..”
구체적인 행동을 유도했고,
캘린더를 열게 만들고, 대화를 계획하게 만들었습니다.
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유도하고, 결과를 이끌어내는 말과 사람은 달라야 합니다.
말은 듣기 좋고 보기 좋은 말이 아니라, 변화를 이끌어내는 장치여야 합니다.
말은 행동을 만들고, 행동은 문화를 만들어갑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말을 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한 번 더 묻는다.
“지금 이 말이, 누군가를 움직이게 만드는 의미있는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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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힘을 주고 움직이게 만들었던 포스트잇
최근 저에게 가장 힘이 되었던 ‘말’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포스트잇들이었습니다.
일이 계속 쌓이고,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아 지쳐갔던 때였습니다.
꾸역꾸역 미팅을 마치거나, 잠깐 나갔다가 올때마다
모니터나 책상에 늘어난 응원 포스트잇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문홍님,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민문홍내님 빠이팅!!!”
열심히 하고 있는 저를 알아주는 것 같았습니다.
응원을 해주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포스트잇 하나하나는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진심 섞인 응원의 말 한 마디가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말 한마디의 힘을 그 날 포스트잇을 통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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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피드백‘을 통해 바라본 나의 기록
조직에 상시 피드백 문화를 도입하고,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리마인드를 보내고, 리뷰 템플릿을 만들고, 활성을 위한 이벤트도 열면서
누구보다 피드백을 열심히 쓰고 중요성을 알리려고 노력했습니다.
바쁘고 많은 업무들 사이에서 피드백을 귀찮아하거나 깜박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최근 제가 받은 수십 개의 피드백을 읽으며 ‘피드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게 되었습니다.
“문홍님은 피플팀이라는 팀에 정말 잘 어울리는 분이에요.
상냥하고 다정한 태도 덕분에 피플팀을 편안하게 느끼게 되었어요.”
“입사 초기 스몰톡으로 나눈 아이디어가
어느새 실행 가능한 기획으로 문서화돼 있었어요.
문홍님의 노션을 자주 참고했고,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피드백 문화의 초석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주신 걸 다들 알고 있었어요.”
피드백들 하나하나가
그동안 내가 해온 ‘일’ 이상의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성과를 넘어 제가 만든 변화의 기록들이었고,
사람 사이에 남긴 흔적이었습니다.
피드백을 보며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도 되었고,
저를 다시 되돌아볼 수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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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리고, 벚꽃 구간이라는 말
이 모든 피드백 중,
가장 오래 남아 있는 건 한 동료의 슬랙 DM이었습니다.
“요즘 출근할 때마다 롱블랙 글을 읽고 있는데요.
사람에겐 벚꽃 구간이 있다고 해요.
1년이라는 시간을 60초짜리 영상으로 만들면,
2~3초 정도 환하게 밝아지는 구간.
그게 벚꽃 구간이래요.
지금 생각해보면 문홍님과 함께 일했던 3년의 시간들이
제 커리어에서 벚꽃 구간이었지 않을까 싶어요.”
이 말을 읽고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말 몇 마디가 제 시간을 이렇게 의미있게 만들어 준다는 걸,
내 일을 더 잘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다는 걸,
그 날 처음으로 깊게 느꼈습니다.
말 몇 마디는 그 사람에게 큰 힘이 되어줄 수도 있고,,
일의 의미를 찾아주기도 했습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말, 힘이 되는 말을 건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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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말은, 사람을 만든다
이 모든 순간을 통해 배웠습니다.
말은 행동의 시작점이고, 관계의 언어고, 시간을 의미있게 만드는 방식이라는 것을.
말 한 마디는,
어떤 사람의 하루를 지탱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의 커리어를 반짝이게도 할 수 있습니다.
• “문홍님 덕분에 회사 생활이 즐거웠어요.”
•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문홍님 말 때문이었어요.”
• “언젠가 나도 그렇게 사람을 대하고 싶어요.”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었다는 건,
그 어떤 성과보다 오래 남는 인정이고 보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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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말, 힘이 되는 말로 주변 동료들에게 더 다가가보겠습니다.
말 한마디가 주는 힘을 더 믿어보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