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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도 근거가 필요하니까

'피플 애널리티스트들이 온다'를 읽고

by 민문홍

HR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의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지금 하는 이 접근방법이나 해결 방법이 정말 맞는 걸까?”


조직의 문제를 정의하고,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구성원 경험을 바꾸는 일은 단순한 ‘감’으로 하기엔 너무 많은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저는 나름의 기준을 만들고, 데이터를 확인하고, 가능하면 정량적인 변화까지 확인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피플 애널리티스트들이 온다'를 읽고 느낀 건, “데이터를 활용하면 HR을 더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잘할 수 있겠구나”라는 점이었습니다.


1. 정교한 분석보다 중요한 건, 문제를 해결하는 힘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 중 하나는“정교하고 어려운 데이터 분석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었습니다.HRBP로 일하면서 늘 '지금 이 조직에 가장 필요한 게 뭘까?'를 먼저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피드백이 끊긴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피드백 문화를 만들고, 전략이 흩어진다면 얼라인 프로그램을 기획해보았습니다.
‘원들린데이’라는 전략 얼라인 프로그램도 그런 고민 속에서 시작됐다.단순히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왜 이 목표를 향해 일하는가’를 스스로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설계해보았습니다. 구체적인 워크숍, 사전 질문, 참여 유도 장치를 넣고, 이후에도 변화 여부를 데이터로 확인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긍정적인 정량적 변화와 높은 만족도로 이어졌고, 구성원들의 피드백에서도 변화의 체감이 분명히 나타났습니다. 데이터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는 것을 다시 알 수있었어요. 진짜 중요한 건 완벽한 분석보다, 지금 이 조직에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그걸 행동으로 연결하는 힘이었습니다.


2. 데이터를 쌓는 이유는 결국, 실천에 있다


“데이터를 잘 활용하려면 기술 외에도 회사의 시스템과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책 속 문장이 오래 남았습니다. 데이터 하나만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만들 수가 없다는 것에 큰 공감이 갔어요.

그걸 실행으로 옮기려면 일하는 방식과 조직의 흐름 전체를 함께 바꿔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상시 피드백 문화, 시스템을 만들고 나서, 기능 소개에 그치지 않고,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피드백을 쓰도록 슬랙 메시지, 넛징 문구, 작성 알림 등을 포함한 캠페인을 기획해 운영해보았습니다


정기적으로 작성률을 모니터링하고, 낮아지는 시점엔 메시지를 조정하거나 리더 채널을 통해 참여를 유도했습니다. 감각만으로는 놓칠 수 있는 포인트들이었고, 정책을 만든 후에도 ‘정착’까지 이어지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보고 점검하고, 다시 고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3. 콘텐츠도 결국, 결과로 말해야 한다


“데이터 컬처를 만든다는 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하는 문화를 만든다는 뜻”이라는 문장도 인상 깊었던 문장 중 하나였습니다. 이건 채용 브랜딩 콘텐츠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가장 실감했던 부분인데요.


초기에는 ‘우리 조직의 매력을 솔직하게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직관에 기반한 콘텐츠를 기획했습니다.
구성원 인터뷰, 브이로그, 채용 설명회 등 다양한 시도를 했고, 나름 반응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캠페인을 계속 운영하다 보니 ‘어떤 포인트에서 이탈이 많았는지, 어떤 콘텐츠가 더 오래 머물렀는지’ 같은 구체적인 데이터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GA와 UTM을 활용해 콘텐츠별 유입 경로, 체류 시간, 전환률을 하나하나 분석해보았습니다.


그렇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다시 들여다보니, 단순히 매력적으로 보이는 콘텐츠보다, 목적에 맞게 구조화된 콘텐츠가 더 큰 효과를 낸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원자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포인트, 실제 전환이 일어난 흐름, 빠르게 이탈한 지점 같은 페인포인트를 찾아 개선하면서 콘텐츠의 방향도, 메시지도 훨씬 더 정제되고 뾰족해졌습니다.


‘잘 만든 것 같아’가 아니라, ‘목적에 맞게 잘 작동했다’고 말할 수 있는 콘텐츠. 그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디벨롭하면서 만들어낸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4.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기 위해, 데이터를 쓴다


저는 여전히 인터뷰를 좋아하고, 설문 응답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말이나 뉘앙스 혹은 맥락에서 진짜 문제를 정의하려 하고, 문제의 단서를 찾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을 그냥 느낌으로만 남기지 않고, 공통된 흐름을 구조화하고, 어떤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까지 연결하려면 데이터 리터러시가 필요한데요.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데이터 리터러시'는 단순한 분석 능력이 아니라,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고, 맥락 속에 활용하는 능력이라는 말에 깊은 공감이 갔습니다.


감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로 연결되는 액션을 만들기 위해 계속 이 역량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치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잘하고 있구나보다는 “앞으로도 데이터 기반, 논리 기반으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HR 안에서 근거를 만들고, 변화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 문제를 감으로 넘기지 않고, 끝까지 파고드는 사람.


그게 지향하고 싶은 HRBP의 모습이고, 이 책은 그 방향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하나의 체크포인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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