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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Jun 15. 2022

나무늘보 여인의  작은 이야기

11." 내겐 너무 어색한 속도 "

2014.08.13


운전면허를 따놓고 운전을 전혀 할 줄 모른다. 이런 사람들은 주변에서 꽤 많이 본다. 단기속성과정으로 면허를 딸 수 있었던 느슨한 시험 덕분에 나도 그저 주민등록증보다 비싼 신분증 하나를 더 얻게 되었다. 지갑에만 항상 들어있으니 장롱면허도 아닌 지갑 면허라 해야 하나. 면허를 딸 때 차를 몰기 위해 딴 것은 아니다. 그냥 따 놓지 않아서, 따놓으면 절로 2종 면허에서 1종 면허로 바뀌니 따놓고 필요할 때 차를 모는 게 좋다기에 땄다.

무엇보다 면허를 딴 건 시간이 많고 많을 때였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일을 그만두고 방황하는 시간에 뭐라도, 특히 정해진 시간에 밖으로 나가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면허를 딸 생각을 했다. 추운 겨울, 이른 아침마다 내가 어딘가로 향할 곳이 있다는 것이 뿌듯하게 해 준 면허 연습장 행이었다.

처음 해보는 운전이라는 것은 어째 뭔가 어색한 느낌이었다. 내가 내 몸집보다 큰 기계를 큰 힘 들이지 않고 움직인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기도 하고 어색하고 불안했다.


몇몇 친구들은 다들 차를 잘 몰고 다니는 것 같다. 그들의 조수석에 타면서 항상 이 친구가 차를 몰다니 하면서 대견스럽고 대단하고 그렇다. 같이 길을 걷던 친구와 이제는 함께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다니. 내가 타는 차의 운전자는 항상 어른들이었는데, 운전자가 내 친구라는 생각에 신기하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나의 환상 같은 것들로, 운전을 하는 사람의 모습은 성숙해 보인다. 부릉부릉 하며 떠나는 그런 모습은 아직도 뭔가 내겐 너무 먼 다가갈 수 없는 어떤 멋진 세계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둘째 언니는 운전을 참 잘한다. 볼 때마다 나도 저렇게 언젠가 운전을 할 수 있을까 싶어 이것저것 물어보곤 한다. 언니는 학교 다닐 때 차가 필요해서, 면허 연습으로 아예 자기차로 목적지를 다니기 시작했다고. 운전은 일단 모는 차가 있어야 하고 대뜸 몰기 시작하면 절로 는다고 하였다. 난 지금은 마땅히 차가 필요 없으니까.  언젠가 필요하면 몰게 되겠지 하였다. 그리고 물어보았다. 이 기계가 내가 조절하는 대로 굴러간다는 게 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아? 난 그래서 운전했을 때 잠깐이었지만 무지 어색했는데. 언니는 그런 생각 한 적 없고 운전은 단순한 사람이 사고 없이 잘한다고. 잡생각이 많으면 사고 나기 십상이라 하였다. 정말 그럴 것 같았다. 이상한 생각 잔뜩 하다가 괜히 겁을 먹거나 멍청해져서 크게 사고가 날 것 같았다. 자전거 탈 때만 해도 항상 휘청거리고 넘어지고 불안했었으니.



뭔가를 조절하고 방향을 잡아 움직이고 속도를 낸다는 것이 내겐 항상 어색한 일이었던 것 같다. 속도에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문제와 사고들을 겪게 되고 말이다. 도시에 수많은 자동차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어쩌면 누구나 쉽게 하는 일을 나는 굳이 어렵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운전대를 잡고도 어색하지 않은 성숙한? 내 모습을 과연 보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출처] 11. 나무늘보 여인의 작은 얘기 - " 내겐 너무 어색한 속도 "|작성자 onlyweek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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