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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May 11. 2022

나무늘보 여인의  작은 이야기

6."헌 책 좋아"

2014.05.28


헌책방에 가끔 가보시는지 궁금하다. 왠지 여기 글 쓰시는 분들은 다들 헌책방 나들이를 좋아하실 것 같다. 이제 동네에 헌책방이 별로 없어 들르기 쉽지 않으실 수도 있겠다.




이 동네엔 그래도 헌책방이 꽤 있는 편인데 예전엔 더 많았다. 두루 산재해 있는 헌책방들 중에 살던 집, 다니던 길 근처에 있는 헌책방에 드나들며 구경 다녔었다. 예전 다니던 곳은 여기서도 그리 멀진 않은데 내가 이사하고 얼마 후 없어졌다. 헌책방엔 요즘도 사람들이 공부를 위한 교재나 책을 싸게 사러 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정말 오래되고 흥미로운 헌책들을 구경하고 사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정말 오랫동안 양서들을 잘 모아 두고 수집해 관리해 온 가게들만 아직도 남아 손님을 맞는 분위기다. 요즘은 가끔씩 집 주변에 가장 가까운 헌책방으로 헌책 구경을 다닌다. 헌책방 옆쪽엔 옛날에 동네에 하나씩은 꼭 있었던 책 대여점도 있는데, 아직 영업을 하는지 신기해하면서 들어 가보진 못했다.




소설이 원작인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 나오는 여주인공 '주인아'는 헌책의 냄새가 좋아서 많은 헌책을 수집하는 수집광으로 나온다. 그 특유의 구수하고 편안한 헌책의 냄새를 좋아하는 그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남는다. 나도 읽을 책과 함께 아주 오래된 헌책을 사는데, 보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헌책의 느낌이 너무 좋고 아름다워 갖고 싶어서 산다. 대부분 읽을 수도 없는 영어나 일본어로 쓰인 그 책들 중에 간혹 잡지는 컬러 인쇄로 실린 사진과 이미지들이 흥미롭고 독특한 느낌이 좋아 넘겨보기도 하는데 종이가 상할까 편히 넘기기도 조심스럽다.

책 종이의 바랜 색과 오래되어 폭신하면서 부드러운 질감이 따뜻하고 참 좋다. 바랜 색은 종이로 작업할 때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묵은 종이의 색은 다양하고 종이에 따라서 빛깔이 귀하게 은은할 때도 있다. 시간이 지나 기다려야만 나는 종이의 색깔을 구하기 위해서, 전에 잠깐 서예를 가르쳐주시던 선생님께선 미리 좋은 종이를 사다 묵혀두기도 하시고 인사동 거리에서 고서들의 내지를 뒤져보기도 한다고 하셨다. 선생님께서 귀한 내지를 찾은 무용담을 이야기하실 때 눈빛이 참 기쁨으로 반짝였더랬다. 내가 좋아하는 아주 작은 일본의 소설책은 바랜 색이 곱고 균일한데 작으면서도 도톰해 단단한 맛이 좋다. 겉표지는 깔끔하고 작은 1도의 홍색 도안 장식으로 되어있어 예쁘다.

옛날 책들이라 화려하진 않지만 간결하고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멋진 표지들을 가진 책들도 꽤 많다. 펭귄북스의 작고 멋진 책을 발견해 구입했는데, 특유의 간결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이 좋았다. 무엇보다 펭귄 마크가 너무 귀엽고. 곰 마크가 찍힌 웅진에서 옛날에 펴낸 세계 전래동화집은 날카로운 맛이 나는 흑백의 삽화가 멋있었다.




요즘 사람들 대부분 적으나 많으나 종을 불문하고 책과 접하며 자라왔고, 각자 다른 책과의 추억과 기억이 있을 것 같다. 추억 따라 취향 따라 해질 녘 산책 삼아 슬렁슬렁 다녀오는 부담 없는 헌책방 나들이를 추천해본다.   

[출처] 6. 나무늘보 여인의 작은 얘기 - " 헌 책 좋아. "|작성자 onlyweek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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